뭘 해야 하지
약속
뭘 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인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음악이나 영어 공부도 놔버린 지 꽤 되었고, 패턴플로우 패턴 만들기조차 이전보다 훨씬 정성 없이 하고 있다. 빨리 크라우드 펀딩 금액을 정산받고 재료들을 주문하고 만들기를 기다리고만 있다. 미리 해둘 수 있는 것들이 더 있지 않을까? 패키징도 견적 내보고 해야 하긴 하는데.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패턴이라 그런지 릴스의 성과가 저조한 것이 눈에 띈다. 다행인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턴플로우를 제작, 활용하여 공유해주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는 거. 특히나 Dmitry라는 음악을 하시는 분이 패턴플로우를 세팅에 두고 라이브로 연주하는 사례를 공유해줬다. 오늘 새벽에 일어나서 봤는데 정말 멋지고 재밌고 부럽더라. 나도 나중에는 그런 식으로 즐기는 시간과 공간이 생긴다면 좋겠다. 궁금한 사람들은 빌드맵에 있는 링크나, 아님 유튜브에 검색하면 나오니 봐보기를!
이 사례도 지금 만들고 있는 패턴플로우 소개 영상에 넣었다. 그래도 11월 초나 그 전에 완성해서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프로젝트에 대한 영상이다 보니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아쉬운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전문가가 기획도 해주고 제작해주었으니 완성도가 낮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상한 것보다 인터뷰 참여나 영상 공유가 적어 아쉽긴 하지만, 보내준 분들의 자료가 좋아서 다행이다.
패턴플로우를 확장시켜야 한다. 지금 야금야금 준비하고 있는 굿즈샵? 이 있긴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큰 형태, 스크린으로 확장시키고자 했었다. 그런 요청이 간접적으로나 직접적으로나 꽤나 있었고, 내가 패턴플로우를 통해 수익을 벌 수 있는 가장 큰 공간으로 보이기도 한다. 다만 하드웨어를 직접 만진 지 몇 달이 지나서인지, 펀딩 제작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에 여유 공간이 없어서인지 시도할 자신이 없다. 돈 줄 테니 만들어줄 수 있느냐는 말들에 지금은 못 할 것 같다고 해두었다.
막상 한다면 할 수 있을 거다. 근데 하지 않는 건 조금 지쳐서인지, 해야 할 것이 있어서인진 모르겠다. 정확히 그건 아니지만 비슷한 방향의 기회가 생기기도 했다. 특정 이벤트 시즌에 어떤 구청 앞에 세울 기념 조형물을 함께 만들기로 했다. 이미 경력과 입지가 있으신 분이 제안해 주셨지만, 그 의도는 정확히 모르겠다. 정말로 선의를 베푸시는 것인지, 아니면 이용하려 하는 것인지 구분이 어렵다. 다른 멘토분께선 조심할 필요는 있지만, 24살이니 이용당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거라곤 한다. 조금 쎄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뭔가 기회를 먼저 주겠다 해놓고 이후에 그럼 너는 무엇을 줄 수 있냐고 물어보던 순간들이다.
얼마 전에는 이탈리아 문화원에서 주최하는 어떤 파티에 따라갔다. 맛있는 피자랑 과일을 배부르게 먹긴 했지만, 뭐랄까 좀 기괴하달까? 엄청 밝은 화이트 큐브 같은 좁은 곳에, 되게 나이 있으신 분들도 많고 멋지게 차려입으신 분들이 서로 악수하고 인사하고 얘기하는데 그 모습이 좀 이상했다. 지루한 발표들이 끝나고 난 뒤 네트워킹 시간에 맨 앞단에 전부 모여 바쁘게 얘기하고, 뒤쪽에는 거기에 끼고 싶어 하는 듯한 눈치의 젊은 사람들이 몇 보인다.
패턴플로우를 보여주면 재밌다며 거짓 반응을 보인다. 여러 명 중에 진짜로 관심을 보인 건 2명 정도고, 나머지는 정신이 어딘가에 팔려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 반응을 몇 번 보니까 기분이 좋지 않아 바로 집으로 갔다. 누군가는 나를 데려온 상두 대표님과 되게 반갑게 인사하고 엄청 친한 듯 이야기를 나누더니, 이후 따로 가서 말을 걸었을 때는 이름도 잘 모르더라. 사실 그렇게 친하진 않고, 일방적으로 그분이 저를 좋아해요 라는 식의 어법을 쓰시는데 한순간 되게 역해 보였다. 하여튼 참 기괴한 시공간이었다.
무료로 광고를 해주겠다며 패턴플로우를 보내달라던 스페인의 음악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내가 보낸 DM을 읽고도 일주일째 답장이 없다. 분명 영상을 올려주겠다는 말을 여럿 하고, 일주일 전에는 그날 올리겠다 했는데… 무슨 사정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치만 다른 의미에서 더 역하다. 지금이라도 약속을 지킨다면 오해였구나 하면서 금방 괜찮아지겠지만, 그 얼굴이랑 콘텐츠, 계정 모든 게 거짓처럼 보인다.
이 사례 때문에 리뷰를 하고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며 연락을 주는 이들이 더 이상 달갑지 않다. 또 사기꾼이겠거니 싶고, 마음 같아서는 무시하고 바로 차단하고 싶다. 그치만 아닌 사람들도 있을 거란 생각에, 간단한 설명과 함께 직접 만들기를 권하며 답장을 한다. 일부는 직접 만들어보겠다고 한다. 그래, 그게 맞다. 목적을 가지고 제안하는 사람에게 공짜로 주어서는 안 된다. 정당한 비용을 받고 해주는 상품과, 받을 걸 기대하지 않고 주는 선물만으로 충분하다.
중간중간 패턴플로우를 언제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하게 될지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다. 확장시켜 보고자 했던 영역들이 꽤 있고, 하다가 흥미를 잃어버린 건가 그만두기도 했고, 못 할 것 같기도 하고, 아예 새로운 시도도 생겼고, 되게 모르겠다. 하루는 자신감을 완전 잃어서 아예 못 할 것만 같다가도, 다음 날엔 완전 바닥이니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기도 하다. 그래도 딱 하나 지키고 싶은 건, 약속해둔 2년은 패턴플로우를 놓고 싶지 않다. 물론 원한다고 되는 건 아니겠지만.
다른 브랜드 대표님들과 캠핑을 가기도 하고, 몇 년간 혼자서만 가던 공원도 누군가를 데려가 보고, 이런저런 네트워크 파티도 가보고 있다. 덕분에 요즘 들어 집 밖을 나가는 일이 잦아졌는데, 좋은지 힘든지는 모르겠다. 혼자 아니면 두 명이 확실히 편하다. 그 이상은 신경 쓸 게 너무 많아진다. 신경을 줄일 필요도 확실히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