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하다
꽤 좋다
블로그를 미루고 미루다 일주일을 넘기긴 싫어서 드디어 적어본다. 요즘 AI를 너무 많이 쓰다 보니 머리가 살짝 멍청해지고 글쓰기도 싫어진 탓일까. 어젯밤에 종이 일기장에 엄청 오랜만에 수기로 글을 적어보니 괜찮더라. 마지막 페이지는 3월이었다. 거의 반년 만에 적어본 거구, 그치만 디지털에서 옮길지는 아직 모르겠다.
서울역 전시도 마쳤고, 샌프란시스코 전시도 무사히 작동하는 것 같구, 좋다. 더 좋은 일은 앤트로픽의 클로드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선정됐다는 거다. 한 달 AI 구독비가 장난 아니기도 하고 토큰이 금방 닳아버려 아쉬웠는데, 이제는 그럴 일이 없다! 너무 좋다. 요 며칠간 이것저것 많이 만들어봤다. 그나저나 이제는 정말 정보력이 중요한 느낌이다. 늦게 했다가 거절당한 사람들도 빨리 신청했다면 되었지 않았을까?
책을 거의 안 읽고 있다. 이 정도로 읽지 않는 건 올해 들어 처음인 것 같기도 한데… 그래서 조금은 마음이 불편하다. 멍청해지지 않게 도와주는 훈련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젠 그것마저 안 읽히니. 뭐 시간 지나면 또 읽기는 할 거다. 더불어 음악 쪽도 거의 손을 놓은 상태다. 우선 개발을 많이많이 해서 완성도를 올리고자 하는 건가. 그렇다기엔 충분히 작동하고, 또 패턴플로우 개발보단 딴짓을 많이 하고 있다.
시간이 정말 중요해졌다. 중요하지 않은 적이 언제 있겠냐만은, 그렇게 더 느껴지는 이유는 확실히 AI 때문이다. 시간만 들이면 뭐든지 만들 수 있다는 생각과 동시에, 쓰지 않으면 돈을 날린다는 느낌, 거기에 더하여 다른 사람들은 계속 나아가고 있고 가만히 있으면 뒤처지는 것 같은 기분이 강해졌다. 좋지는 않다. 기준치들이 너무 높아지고 있는데, 좀 여유롭게 즐기는 능력이 필요하다.
AI로 수익화를 해서 돈을 벌고, 그걸로 AI 시스템을 더 확장하고, 그걸로 또 돈을 벌고… 이런 망상을 더 자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에 쓸데없이 에너지를 빼앗기고 있다. 차라리 패턴플로우에 집중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딴짓을 하게 되는 건 그냥 성향인가 보다.
패턴플로우로 돌아와서, 어제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문 디렉터분께 의뢰해서 만들고 있는 패턴플로우 소개 영상에 들어갈 내용이다. 원래는 내 인터뷰보단 패턴플로우를 만든 수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찍은 영상들을 합쳐서 재밌게 해보고 싶었는데, 2명밖에 보내주지 않아서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재밌기도 했다. 입주해 있는 서울디자인창업센터의 스튜디오에 장비들을 설치하고 진행했는데 되게 새로웠다.

왜 패턴플로우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 전에는 어떤 걸 해왔고 앞으로는 무얼 하고 싶은지 등등 되게 다양한 내용을 이야기했다. 디렉터님이 인터뷰도 진행해 주셨는데, 반응도 되게 잘해주시고 질문도 답변하기 편하게 해줘서 1시간 넘게 수월하게 진행했던 것 같다. 마지막에 하고 싶은 말 있냐고 물어보셨을 때, 뭔가 멋진 말이나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까 많이 고민해봐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패턴플로우를 만들었으면 공유해달라는 내용으로 마무리를 했다.
이후 창업센터에서 일하는 모습이나 그 밖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찍곤 했는데, 사람 많은 곳에서 영상 찍는다는 게 정말 창피하긴 하더라. 그 10분 정도가 인터뷰 1시간보다 훨씬 길고 힘들었다. 센터에서 일하는 모습은 사실 가짜인 게… 거의 모든 작업은 집에서 한다. 작은 원룸이고 지금도 여기서 블로그를 적고 있는데, 옆으로 넘어지면 바로 침대다. 왼쪽에는 옷걸이가 되어버린 전자피아노와 널린 빨래들이 있다. 책상도 너무 더러워서 사실 여기서 찍긴 어렵긴 하지, 음음.
이틀 뒤면 크라우드 서플라이 펀딩이 끝이 난다. 그 전에 스페인 쪽 인플루언서분이 인스타 콘텐츠 업로드해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안 되려나. 그러면 사실 그 사람한테는 보낸 이유가 없고 너무 아깝다. 그것도 그냥 커뮤니티 사람한테 줄 걸 그랬나. 사실 그것도 좋은 생각은 아닐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직접 만든 사람이 확실히 더 잘 쓰더라. 단순히 기능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거기에 에너지를 쓸 의지가 많이 차이 나는 듯하다. 완제품을 보내주면… 분명 웹사이트나 어딘가에 정리되어 있는데, 보고도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고 나에게 바로 물어본다. 조금, 아니 많이 귀찮고 서운하다.
펀딩액을 정산받고 그 돈으로 3D 프린터를 사서 제작에 들어가야 하는데, 둘 공간이 생길지 아직 불확실하다. 그놈의 원룸은 아직도 공사를 안 한다. 오늘도 점심에 학식 먹고 집 돌아오는 길에 부동산 들렀다 왔다. 거의 일주일마다 들르고 있는데, 매번 곧 연락하고 공사한 다음에 알려주겠다고만 한다. 이번에는 그래도 오후에 바로 연락해보겠다고 구체적으로 말했으니 지키면 좋겠다. 베란다 있고 가격 괜찮은 집이 거기 말곤 없어서… 포기하긴 아깝다.
시각장애인 작가 전시 철거 날에 패턴플로우를 회수하러 갔었다. 작가분이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패턴플로우 앞에 서서 체험할 때 조마조마했다. 그치만 예상외로 정말 재밌어하시더라. 시각적인 요소가 없더라도 소리는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던 걸까. 아니면 LED 빛이 세긴 하니까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나 색상 같은 큰 변화들은 볼 수 있었던 걸까. 물어보진 않아서 모르겠지만, 재밌다고 한동안 가지고 노시는 모습을 볼 땐 많이 뿌듯했다. 시각장애인용 악기를 만들어도 꽤나 반응이 좋을 것 같다.

한 7개인가 8개인가 패턴플로우 부품들을 구매했고, 배송을 기다리는 중이다. 곧 할 예정인 워크숍을 위함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사실 없다. 수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근데 뭐, 해보는 거지.
이만하면 생각나는 것들은 전부 적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