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발악이라도 하자

기다리던, 기대하던 런칭을 어제 했다. 축하한다. 그치만 최악이다. 곧 런칭한 지 24시간이 지나는데, 기존 구독자 중에서 전환될 비율은 1.5% 정도다. 지금 구매해준 10명 중 7명은 기존 구독자가 아니다. 전환율이 처참하다. 프리런칭 때에도 같은 일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급할 거 있느냐고, 런칭 기간 길고 아직 모른다고 기다리라고 해봤자… 모르겠다. 그저 완전히 망해버렸다는 기분이다.

런칭 24시간 시점의 크라우드 서플라이 구독자 그래프와 펀딩 현황
지금 백커가 10명인데 그중 원래 구독자였던 사람은 3명이다. 아무래도 정상은 아니다.

목표액을 채운다 할지라도 긍정적이진 않다. 1만 달러, 37대 정도로는 본전도 못 뽑는다. 완전히 적자다. 최소한 70대 정도는 주문이 발생해야 배송을 위해 진행해야 하는 CE 시험 금액까지 커버할 수 있다. 그러지 못한다면 돈을 내고 물건을 파는 거다. 그럴 바에야 펀딩 실패가 되어버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갑자기 기적처럼 주문이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가능했다면 진작에 됐겠지. 그래도 긍정적으로,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싶지만 며칠째 잠을 못 자서 쉽지 않다. 런칭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리란 걸 이미 알고 있었기에 불안했다.

오늘은 CE 검사를 준비하기 위해 시험소에 들러 테스트 스캔을 받아보고 왔다. 이것도 최악이다. 애초에 완제품으로 팔지 말았어야 했다. 중국산 LED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방향으로 했어야 했다. 키트 형태로 하되 LED 패널은 구매자가 직접 조달하여 결합하는 형태의 제품으로 갔다면, 그렇게 했다면 지금 이런 걱정들을 할 이유가 없었을 텐데. 완제품도 이렇게 안 팔릴 줄 알았다면 그냥 키트로 했을 텐데. 3D 프린팅도 레이저 커팅으로 다시 설계해서 했어야 하나 싶다. 아무래도 프린팅 비용이 너무 과하니까.

시험소 테스트 스캔 현장. 턴테이블 위의 패턴플로우와 EMC 분석기 화면
시험소에서 테스트 받았다. 처참하더라.

이렇게 후회해 봤자 나아지는 것도, 좋을 것도 없지만, 그래도 여기 아니면 풀 곳이 없어서 적는다. 프리런칭에서 런칭까지 준비하면서 정말 놀지도 않고 작업만 했다. 최근에는 펌웨어 관련해서 작업하느라 시간이 아예 없었고… 내일이면 아마 다시 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은 물거품이 되어버린 그깟 숫자들 좀 나온다고, 사업까지 이어가고자 주변 환경도 이미 바꿔버렸다. 도저히 병행할 자신이 없어 휴학도 할 건데, 그 첫 단추가 지금 어긋나버리니 뭐가 맞는 건지 모르겠다. 나쁠 것 같다곤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 최악일 줄은 몰랐다.

크라우드 서플라이에 주마다 업로드할 업데이트 글을 작성해야 한다. 다른 캠페인들을 봐보면 되게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글들이던데, 그렇게 써야 그나마 전환이 될 테니. 무슨 글을 써야 할까. 런칭했는데 생각보다 기대 이하여서 힘들어요, 이따위 글은 여기에나 쓸 수 있다. 구매자랑 예비 구매자들이 보는 곳에 그렇게 적는 건 정말로 미련한 바보짓이다. 동정을 사봤자 그게 상황을 나아지게 할 여지는 없으니, 패턴플로우의 기능이나 그나마 좋은 것들… 희망찬 내용으로 채워야겠지. 적을 게 없지는 않다. 그치만 적는 사람이 나고, 이따위 엿같은 기분으로 잘 할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다.

펌웨어도 크게 구조를 갈아엎어야 한다. 이전과 다른 점은 확장을 위한 준비이고, 다른 사람들이 쉽게 만들게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내가 좀 편해지고 싶기도 하다. 배경은 이렇다. 다른 사람들이 펌웨어에 어떤 기능을 추가해서 제안하면 거의 전부 받아들인다. 좋아 보이기도 하고, 그렇게 시간이랑 에너지 들여서까지 해줬는데 싫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정말 좋은 기능들조차, 완전히 이해하고 통제해서 메인 시스템에 통합시키려 애쓰는 것이 힘들다. AI가 해준다곤 하지만 당연하게도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가고, 궁극적으로는 심리적 부담감이 너무 크다. 만들어온 기능을 완전히 이해하고 직접 써보고 그거에 대한 피드백도 해야 하고, 또 앞으로 다른 사람들이 제안해올 기능들이 자연스럽게 또 다른 부담이 된다.

그래서 아예 메인 시스템을 뭐든 붙이기 쉬운 템플릿처럼 만들어버릴까 한다. 이것도 Simone의 아이디어다. 내가 그의 버전을 통합시키려 애쓰고 그 과정에서 많이 지쳐가는 걸 느끼곤 제안해주었다. 그렇게 해야만 하겠다는 생각과 고마운 마음도 있지만, 결국 그러면 통합시켰던 그의 기능을 메인에서 빼버려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추가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고, 직접 레포를 만들어 관리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당장은 되게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분명히 좋은 길이다. 나도 좋고, 자신의 버전을 만드는 사람들도 더 부담 없이 편하게 할 수 있을 거다.

펀딩 홍보를 더 본격적으로도 해야 한다. 특히나 패턴플로우의 제품 특성에 맞게 해야 한다. 제품 특성? 이게 무슨 제품이지? 오늘 시험소에서도 물어보더라, 용도가 뭐냐고. 어디 갈 때마다 항상 듣는 소리다. 그럴 때마다 그냥 가지고 노는 거라고밖에 못 한다. 사실상 그게 전분데… 뭔가 잘 포장하면 좋을까? 교육용? 예술이라고는 말해봤자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을 텐데. 모르겠다. 일단 패턴플로우의 가장 큰 장점은 눈에 띈다는 거. 그래서 인스타에 한 번 바이럴된 영상을 보고 혹해서 구독을 누른 사람들이 많다. 그게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전환율의 원인이기도 하고. 하지만 콘텐츠를 잘만 만들면, 당장 혹해서 구매까지 이어지게 하기 쉬운 제품이라는 거다.

마침 홍보용 콘텐츠 제작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도 500만 원 생겼다. 이전에도 언급했던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예비창업 프로그램 지원금이다. 제품 제작비나 전자규제 시험비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전부 콘텐츠에 쏟아부어서 펀딩액 자체를 늘린다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오히려 이쪽이 더 좋을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의 니즈를 입증할 수 있는 공식적인 수치로 남겨지는 방향이라는 점? 이 방법으로 가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 펀딩을 중단하고 앞서 언급한 형태로 다시 런칭하는 것도 어려우니까. 전문 멘토도 붙는다고 했으니 최대한 잘 활용해보자.

지금 상황이 좋지 않든 엿같든 짜증나고 힘들든 알빠가 아니다. 어떻게든 되게 만들려고 발악이라도 해보겠다. 그치만 잠은 제발 잘 자고 싶다. 어제 런칭 때문에 불안해서 5시간밖에 못 자고, 오늘은 또 땡볕에 시험소에 갔다 오느라 너무 힘들었다. 피곤해서 10시엔가 누웠는데 1시에 눈이 떠졌고, 다시 잠에 들지 않아서 글이나 적고 있는 거다. 아휴…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