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다

시간감각이 사라짐

저번 글을 작성한 지 일주일이나 지났다는 것이 놀랍다. 요즘 시간감각이 아예 망가져버린 게 확실하다. 이유는 뭐,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대로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겠다. 우선 최근에 사업자등록을 했다. 원래는 국가지원사업에서 예비창업자 지원 프로그램을 노리고자 묵혀두려 했는데, 이미 선정된 프로그램의 안내를 보니 어차피 동일 아이템으로 중복수혜는 불가능하더라. 그래서 나중으로 미루던 걸 빨리 끝내두었다. 참고로 한국의 창업지원 시스템이 좀 특이하다. 이만큼 국가에서 창업지원금이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국가가 몇 없는 걸로 안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은 각자 하기 나름이고.

어제 등록이 되었기 때문에 계좌와 지원금 통장을 만들기 위해 은행들을 오갔다. 한 10분 정도 걸어서 계좌 만들어달라고 하고 한 20분 정도 기다리면 다 해줘서 편하긴 했지만, 가는 것 자체가 귀찮은 건 사실이다. 또 지원금 통장의 경우 이전에 사용한 적 없는 은행이었고, 내 신분증의 주소가 현재 살고 있는 곳과 달라서 등본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뽑아놨고, 아마 조만간 시간 날 때 다시 들러서 만들지 않을까 싶다. 정말 귀찮다.

전부터 기대하고 있던 공모전은 떨어졌다. 루멘 프라이즈고, 어제 파이널리스트 리스트를 발표했는데 없더라. 뭐, 당시 제출한 영상 퀄리티나 프로젝트 설명 문구를 보면 되는 게 더 이상하긴 하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펀딩까지 제대로 마치고 나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나 지원해봐야지. 아니면 각종 HCI 학회들. 어떤 방식으로든 예술계나 학계에 패턴플로우를 편입시키고자 하는 마음은 이전과 동일하다.

크라우드 서플라이는 정말정말정말 조금 많이 느린 느낌이다. 그치만 그쪽에서도 소규모 팀으로서 많은 프로젝트를 관리하다 보니 어쩔 수 없단 건 안다. 그래도 빨리 런칭하고 싶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현재 프로젝트 구독자 수가 270명인가 그 정도 된다. 150명을 채운 게 한 3주 된 것 같은데 그 정도가 또 늘어난 거다. 그래프를 보면 중간에 팍팍 오를 때가 있는데, 타이밍을 보면 인스타에서 새로운 패턴 릴스가 반응이 좋을 때와 일치한다. 뭐 당연한 거지만, 살짝 신기했던 건 그 패턴의 스타일에 따라 전환율도 다르다는 거다. 아니면 다른 요소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으려나?

아무튼 뭐가 불안하냐 궁금할 수 있다. 구독자 수가 그대로 구매자가 되리란 보장은 없다. 그거에 대한 아무런 감도 잡히지 않은 상태인데다, 프리런칭 이전에 설문해준 사람들 중 구독자로 전환된 비율이 10% 정도라는 경험 때문에 그런 듯싶다. 사람들이 많이 사든 안 사든 그냥 수치로 정확히 나오면 좋겠다. 될 거면 확실히 잘 되고, 망할 거면 확실히 망해야 괜한 기대나 망상을 하지 않고 거기 들어가는 에너지도 줄어들 테니. 그냥 내 개인적인 성향에서 비롯된 거다.

그치만 느린 게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다. 아무래도 AI도 적극적으로 쓰면서 급하게 진행하다 보니 디테일들이 틀리거나 들어가지 않은 부분들이 많더라.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여러 번 수정하고 개선하면서 계속 잡아갈 수 있었다. 그치만 답장 텀이 5일 이상일 때는 정말 서운하더라. 하면서 계속 느끼는 거지만, 정말로 스스로 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열심히 해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마음이 제일 편하다.

그럼에도 잘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우선 Martin이 패턴을 계속 만들어서 커뮤니티에 올려주고 있다. 볼 때마다 새롭고 재밌다. 그리고 인스타에도 계속 댓글을 남겨주는데, 굉장히 초기부터 응원해주신 분이다. 또 Simone이 계속해서 MQTT와 관련된 기능들을 개발해주고 있다. 그러면서 DM도 많이 하고, 한번은 구글 미트를 통해 화상으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2시간 동안 했었나? 내가 영어를 잘 하지 못해서 조금은 어려웠다. 되게 경험이나 성취도 많으신 시니어이신데 그럼에도 열정이 엄청 느껴지고 해서 멋있다. 그분한테 질세라 나도 더 열심히 하게 되는 느낌이다.

하면서 계속 느끼는 게, 영어공부 진짜 언젠가 하긴 해야 하는데. 사실 지금부터 하는 게 정배다. 영어로 소통할 채널이랑 사람들도 있고, 사실 판은 다 깔려 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아 몰라, 근데 정말 바쁘긴 한데. 영단어라도 매일 조금씩 외워볼까. 일단 서당개도 3년을 어쩌고 하면 뭘 읊는다나 뭐라나, 그 속담처럼 나도 조금씩 익숙해지긴 하니까 조금만 노력해도 꽤 빠르게 익숙해질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최근에 필요한 기능을 추가해서 PR을 보내준 분도 계신다. 패턴플로우를 수면모드로 바꾸는 기능인데, 정말 필요한 기능이었지만 귀찮아서 안 하고 있던 기능이다. 그리고 나는 사실 IoT나 계속 켜두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진 않으니, 필요한 걸 알면서도 계속 미루던 기능이다. 이런 부분들을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서 제안해주는 게 정말 신기하고 재밌다. 물론 기능을 제대로 통합하고 테스트하고 기존 것과 조율하는 작업이 새로 생기는 것도 맞지만, 혼자 만드는 것보다 훨씬 좋다! 어쩌면 AI 시대에 혼자서 다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 만큼 이렇게 다 같이 하는 게 더 좋을 것도 같다. 통합하면서 뭐가 조금 엇갈렸나 오류가 조금 있어서, 저녁에 집 가서 수정해야지.

어제 펌웨어에서 특히나 골칫덩이던 부분을 고쳤다! 뭐냐면 ESP32의 내부 힙이 굉장히 모자라서, 그것 때문에 추가 기능이나 무거운 패턴을 넣을 때마다 패턴플로우가 맛탱이가 가곤 했다. 나는 여태껏 고칠 수 없는 한계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Simone의 배포판에선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해서(코드는 동일한데도!) 그냥 뭔가 이질감만 조금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 어제 서울디자인창업센터 공용사무실에서 Simone 거 새로운 기능을 가지고 놀면서 새로운 패턴들을 테스트해보았고, 집에 가서 거기 있는 패턴플로우(사무실에 1개, 집에 2개 있다)에 올려 릴스 찍어야징 했었다. 근데 집에 가서 기기에 올려보니 안 되는 거다! 분명히 사무실에선 잘만 돌아가던 거였는데? 내가 코드를 잘못 올렸나 싶다가도 절!대! 그럴 일이 없었다.

그래서 무슨 일인가 하며 클로드 코드한테 Simone 거랑 내 거 비교를 제대로 해주라 하니까 문제점과 해결책이 나왔다. 아두이노 코어 버전이 달랐던 거다. 그 하나 차이가 엄청 치명적이더라. 동시에 조금 와이파이 전송이 느려지던 것도 오류였던 걸 찾아 수정하니, 두 펌웨어(내 거랑 Simone 거)의 장점들만 살린 버전으로 개선할 수 있었다. 이건 정말정말정말 내게 있어선 아주 많이 큰 발전이다. 그 내부 힙 어쩌고 그거 때문에 스트레스를 엄청 받아왔거든. 막 다른 사람들이 기능을 추가하면 그거 줄어서 안 될 텐데, 하면서 불안하기도 했었다. 이제 그럴 이유가 없어진 거다! 최고다. 그리고 수식 관련해서도 몇 가지 더 추가해서, 패턴도 이전에는 안 돌아가던 것들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아주 좋다.

저번 주에 사운드 쪽을 하는 친구를 인터뷰하기도 했다. 현재 서울청년예술청에서 받고 있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의 과제다. 아이템 구체화, 시장 발굴 단계에서 인큐베이팅 하는 거라 사실 내겐 이미 지난 단계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도 300만 원이라도 주니까 열심히 하고 있다. 고객 페르소나를 정하고 인터뷰 해오랬다. 메이커 분들은 이미 많고 전에 설문도 해봤으니, 사운드 쪽 사람을 해봤다. 하면서 새로 알게 된 재밌는 사실들이 많았다. 물론 1명밖에 안 해봤기 때문에 이걸로 판단하긴 어렵고, 사실 펀딩까지에 어떤 변화를 주거나 하진 않을 것 같지만… 지금 디스코드에 있는 사람들이나 이미 만든 사람들 대상으로 설문도 새로 만들어보고 싶다. 아니, 정말 그러고 싶은지는 모르겠다. 맨날 필요하고 곧 해야지 하지만, 막상 설문을 만들려고 하면 복잡해져서 포기하곤 한다. 귀찮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는 것 자체가 아직은 낯설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성실하게 해내는 중이다. 그 덕분에 요즘은 정말 여유시간이 없었다. 시간감각이 사라진 건 덤이고. 막 유튜브를 보는 시간도 엄청 줄었다. 잘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해야 하는 것들을 최대한 미루지 않고 하나씩 해가고 있다. 그 일환으로 전자부품들도 새로 구매했다. 왜냐면 부품이 없고, 또 배송되는 데 애초에 오래 걸리다 보니 그걸 핑계 삼아 계속 하드웨어 개선이나 그런 걸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슬슬 런칭 들어가면 다시 작업해야 하니 미리 준비하는 거다.

하드웨어와 런칭 관련해서 아직도 골머리를 앓게 하는 것이 있다. CE랑 FCC. 패턴플로우 자체가 되게 특이한 형태의 기기이다 보니 사례도 많지 않고, 또 크라우드 서플라이에서도 그리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CE에 있어서 크라우드 서플라이의 케어가 너무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쪽은 비슷한 제품에 대한 경험도 있을 거고 막 전문가도 다 있을 텐데, 뭘 물어봐도 엄청 얕은 수준에서 답변하고 이미 정리된 자료만 다시 보라고 한다. 아니, 그걸로 충분하면 안 물어보겠지! 굉장히 서운하다. 그래서 막 다른 기관이나 기업들에 많이 메일을 보내고 했었는데, 답변을 준 곳은 한 군데밖에 없다. 정말 너무하다.

통화도 하고 막 알아보고 하는데, 그리 낙관적이진 않다. 중국산 패널은 거의 다 떨어진다나 뭐라나. 그래서 페인트칠을 하든가 차폐를 만들든가 해야 한단다. 그걸 진행하면서 엔지니어링 디버깅 쫙 하는 그 비용도 추가된다고 하고. 막 몇천만 원 든다고 하더라. 진짜… 아휴, 친한 사람이 혼자 전자 하드웨어 만들어서 팔겠다 하면 반드시 말릴 거다. 막 과거로 돌아가서 나한테는… 말리진 않을 듯. 말려도 할 거 같구. 어쨌든 그런 비용들을 다시 계산해서 가격을 249달러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어쩔 수 없징. 비싸서 안 살 사람들이 차라리 직접 만들면 오히려 좋기도 하고!

배치 수량별 원가와 수수료를 계산한 크라우드 서플라이 펀딩 견적표
크라우드 서플라이 펀딩 견적표. 배치 수량과 배송 조건별로 원가와 수수료를 계산해보고 249달러가 나왔다.

오랜만에 글이 잘 써지는 느낌이다. 읽기 좋게 잘 써진 글은 아닐 테지만, 최근 블로그 글들 작성할 때보다 훨씬 편한 느낌. 그리고 그만큼 분량도 많아지고 있다. 아마 이전 것들은 집에서 밤에 썼던 거고, 이건 창업센터에서 낮에 쓰고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나의 경우에는 사실상 집이 작업실이다.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계속 작업하다가 여유시간이 좀 생기면 쓰고 잠에 들곤 했다. 창업센터에선 뭔가 작업을 하진 않아서 그냥 이런 글이나 술술 쓰는 것 같다. 어차피 다른 거 할 것도 없으니까, 이런 느낌이랄까. 집-학교(학식당)-창업센터가 위치가 이런 식으로 되어 있고 총 도보로 20분 정도 거리라 경로가 나름 좋다. 그래서 점심에 나와서 학식을 먹고 센터에 있다가, 5시쯤 나와 저녁을 다시 학식에서 먹고 집으로 돌아가곤 한다. 뭐 최근에는 작업하느라 아예 집을 나오지 않은 날들이 훨씬 많았지만.

되게 정신없는 글인 것 같다. 살짝 ADHD 같은 느낌? 근데 어쩌면 앞으로는 이런 정신분열적인 성향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AI 덕분에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고, 무언가 작업을 걸어두고 돌아가는 도중에 다른 작업들도 막 할 수 있으니까. 그게 애초에 편한 사람들이니. 그렇다고 내가 ADHD인지는 모르겠다. 딱히 검사를 해보진 않아서. 그리고 하나 딱 꽂히면 엄청 집중해서 하는 편이라 아닌 것도 같다.

다음 주에는 다음 학기에 대한 결정도 해야 한다. 휴학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 정말 문제다. 지금 페이스로 보면 학업을 병행하는 건 절대 불가능이다. 그치만 지금이 가장 바쁜 시기고, 미리 다 해두었기 때문에 앞으로 조금 편해진다면 병행을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우선 수업들은 전부 담아두어서 시간표는 만들어 두었다. 수강신청 해보고 망하면 그냥 휴학할까. 프로젝트 형태의 전공수업이 좀 있다. 주제 자유로 영상을 만든다거나, 아니면 몰입형 콘텐츠를 만든다거나. 둘 다 패턴플로우랑 어떻게든 엮어서 할 것 같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하다가 진짜 죽어. 잘 엮어서 똑똑하게 가야지.

요즘 들어 책을 전혀 읽지 않고 있다. 가끔 도서관을 가도 몇 장 읽다 보면 딴생각이 들어서 못 읽겠더라. 그리고 그 생각들의 주인공은 대부분 패턴플로우고. 뭔가 억지로라도 책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닌가…

아 맞아, 사운드도 해야 하는데 거의 손을 놓은 수준이다. 해야 하긴 하는데. 영어도 해야 하고 사운드도 해야 하고. 막 설문도 해야 하고. CE 관련해서 테스트 하러 일정도 맞추고 가서 검사도 해봐야 하고. 해야 할 거 투성이다! 너무너무 빡세고 힘들지만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 왜인지 조금 생각해 보면… 내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기 때문이다. 인스타를 통해서 꾸준히 좋아요도 받고 조회수도 나오고, 가끔 더 개선해서 제안해주시는 고마운 분들도 있고, 패턴도 계속 만들어주는 분도 있고!

그냥 인정받는 게 좋은 거다. 내 노력의 산물이 인정받으면 나도 인정받는 기분이 드는 거고, 그래서 하는 거다. 가끔 조회수가 많이 떨어지고 반응이 별로인 날에는 바로 기분도 나빠진다. 이런 게 예술적인지는 모르겠다. 흔히 예술가라 함은 다른 사람 시선 따위 1도 신경 안 쓰고 지 원하는 것만 하는, 혼자만의 세계에서 사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크다. 근데 나는 정반대다 보니, 이게 예술가라기보단 그냥 디자이너? 혹은 사업가 쪽에 가까우려나. 아니면 이젠 그런 구분들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그냥 성향 따라서 하는 거지 뭐. 예전에는 사업 같은 걸로 돈 잔뜩 벌고 남 신경 안 쓰는 예술가가 되어서 하고 싶은 프로젝트만 하고 싶단 생각을 많이 했다. 근데 이제 보니 택도없는 소리다. 설령 돈을 잔뜩 벌어서 부자가 되었다 하더라도, 무조건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프로젝트에만 몰두할 듯싶다. 일단 지금은 패턴플로우고.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