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패턴플로우

어디까지 왔니.

1. 인사

안녕하세요, 이승훈입니다. 패턴플로우를 만든 지 약 두 달이 되어가네요.

이번엔 첫 번째 글처럼 분량이 좀 길어요. 그리고 실제로 만나 이야기하는 것처럼 적어봤어요. 그런 장면을 상상하면서 쓴 글이어서 읽기보다는 듣는다고 생각하시면 편하실 거예요.

20일 전쯤에 패턴플로우를 오픈소스로 하기로 정했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고 어떤 생각들을 했는지 가능한 생생히 들려드리고 싶어요.


2. 글의 동기

도움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입과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어요. 저는 항상 뭔가 독창적이고 새로운 걸 만들고 키우고 판매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거든요. 그치만 별로 없더라고요. 찾기 너무 어려웠어요, 거의 다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한 이유들을 자랑스럽게 적어둔 결과주의적이고 아주 멋들어진 글밖에 없다고 느꼈어요. 말 그대로 정돈된 글이었죠. 멋진 글

그래서인가 다른 걸 바랐어요. 더 날것의 생생한 맛이 나는 이야기들, 그때그때 적어두지 않으면 금방 날아가버리는 수많은 고민과 생각이 그대로 담겨 있는 거요. 패턴플로우가 운이 좋게도 많은 응원을 받았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제가 한번 해보려고요. 그래서 쓰는 거예요. 모든 고민 생각 불안 흥분들이 담겨있어요.


3. 자기소개

그 전에 제가 누군지 짧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한국에 살고 있는 이승훈이고, 지금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3학년 재학 중이에요. 특별하고 멋있어 보여서 공군사관학교에 갔다가 너무 안 맞아서 바로 도망쳤죠. 덕분에 정반대인 예술가가 되고 싶어졌고, 나오면서 엄마랑 약속한 게 있어서 가기 싫은 대학에 다시 온 거고요. 그래서 학교에서 뭔가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거의 없어요. 어차피 나는 혼자 배울 거고, 할 거고, 해왔고. 어떻게 하면 된다 어떻다 말로만 해주는 수업들은 정말 짜증나도록 지루하고요. 그래서 학업이랑 상관없이 매번 혼자 프로젝트를 하고 가능하다면 학교 수업이랑 연결시켜서 날먹하는 스타일이에요.

뭐 그렇다고 모든 수업들이 의미 없지는 않았어요. 덕분에 배우고 성장한 부분도 분명 있죠. 아니 많죠.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 같은 수업이 하나 있어요. 23년 2학기에 들었던 거고, 박기철 교수님의 “3D프로토타이핑”이라는 과목이에요. 움직이는 조명을 만들고 꽤 큰 디자인 전시까지 나가보는 수업이에요. 팀플이었고 학년이랑 전공이 다양했고 어쩌다 보니 제가 리더가 되었고요. 엄청 재밌었어요. 아이디어를 막 뽑아내고, 시뮬레이션도 해보고, 작게 만들어서 테스트도 해보고, 재료가 필요하면 수업시간에 교실 밖으로 나가 철물점을 돌아다녔죠. 어디 깊은 골목 안에서 톱질하는 작업실에 들어가니 조금은 무섭더군요. 어쨌든 그렇게 빠르게 만들고 실험하며 만드는 태도를 배웠어요. 이론이 아니라 정말 손과 발로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봐요.

처음으로 손과 발로 빠르게 만들고 실험했던 3D 프로토타이핑 수업.

원래는 3D, 그중에서 블렌더의 지오매트리 노드를 지겹도록 했어요. 매일마다 유튜브에서 강의를 찾아보고 따라하고, 안 보고 해보고, 끙끙대다가 다시 보고, 안 보고 해보고… 기억할 수 있을 때까지 막 반복했죠. 그리고 이를 가르치기 위해 다시 정리해보며 절차적 모델링이라는 일종의 시스템적 사고방식을 익힐 수 있었어요. 그러고는 gpt가 나옴과 동시에 바이브코딩을 시작했고 나름 재밌어서 하다 보니 조금 딥하게 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나만의 온라인 전시장을 만들고 싶었죠. 하다 보니 선배들 졸업전시나 큰 전시 체험존이랑 웹 인터페이스 개발해주기도 했어요. AI서비스 같은 거 만들어서 팔아보겠다고 설치면서 홍대 주변에서 직접 영업뛰기도 했고요. 몇 개 팔아보긴 했지만 너무 힘들더군요. 작가를 바로 하기에는 어려워보여서 사업으로 돈 좀 벌고 돈걱정 없이 예술하고 싶었는데, 해보니 예술이나 사업이나 똑같이 어려워보였어요.

어차피 둘다 어려우면 정말 하고 싶은 걸 하자, 예술을 하자, 이렇게 되었고, 그래서 올해 목표는 작가가 되는 거예요. 개인전도 해보고 싶고요. 그래서 모든 수업을 작가 중심으로 골랐어요. “작가적 디자인 스튜디오”, “근현대작가론” 같은 것들이요. 정말 전략적으로 잘 골랐다 생각해요. 사실 어떤 계획이 있다거나 하진 않았고 수강신청에 실패해서 자리 남는 것들 중에 재밌어 보이는 거 넣었는데 마음에 들어요. 지금 하고 있는 패턴플로우로 과제들을 날먹할 수 있어서 좋고요.


4. 이건 비즈니스야

이제 본론입니다. 사실 하드웨어에선 큰 변화가 없어요. 메이커로서는 막 LED디퓨저도 달아보고, 스피커도 달아보고, 크기도 바꿔보고, ESP32가 아니라 더 좋은 보드나 미니 컴퓨터를 달아보고도 싶어요. 그치만 단순한 메이킹 프로젝트는 아니기 때문에 비즈니스적으로 생각해야 했어요. 아트코리아랩 VC분도 그러더라고요. 고객부터 제대로 구체화하고 근거자료만 만들면 자본은 쉽게 끌어올 수 있고, 그걸로 다 해결하면 된다. 사실 돈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제가 직접 다 만들고 싶긴 한데, 아쉬워도 어쩔 수 없죠. 재료비도 없어서 못 만드는 건 더 비참하니까요.

패턴플로우를 살 사람들은 오픈소스로 결정했을 때 이미 정해두었죠. 패턴플로우가 대중 픽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굉장히 니치하고, 메이커들 입장에서 탐나는 상품이고요. 실제로 웨이트리스트 설문조사에 절반 정도가 남들이 만든거 말고 자기 패턴을 만들어서 공유하고 싶다더군요. 추가로 의견을 작성해달라는 곳에 midi나 osc를 연결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해주었고요. 그래서 원래 메이커에 추가로 퍼포먼스 아티스트들로까지 구체화되었다고 느껴요.

어쨌든, 계속해서 설문을 받고 예비 고객들을 모으고 근거자료를 만들고 있어요. 방법은 이래요. 우선 모든 중심은 자체 웹사이트죠. 제가 생각해도 기깔나게 만들었어요. 그곳에 웨이트리스트를 등록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 두었어요. 그리고 인스타나 다른 커뮤니티에서 콘텐츠를 만들어 웹사이트로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있어요. 사실 인스타가 대부분이죠. 글을 쓰는 건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고, 솔직히 저 글 못 써요.

웹사이트는 AI를 많이 활용해서 만들었고 이번에는 특히 “클로드 디자인”과 “코덱스”를 많이 애용했어요. 코덱스 가성비가 너무 좋은 거 같아요. 만들고 Vercel로 배포하고 도메인은 전에 Cloudflare에서 샀던거 그대로 쓰고, 이번에는 분석을 위한 PostHog 라는 것도 설정해 두었어요. 이런것만 자세히 설명해도 글 한 편은 나올것 같지만 그러면 너무 길어지니 다음에 여유가 생기면 따로 정리해볼게요. 그리고 설문은 Tally로 했어요.

PostHog 세션 리플레이 화면
PostHog 세션 리플레이. 사람들이 웹사이트에서 어디를 헤매는지 그대로 보였다.

PostHog 이거 정말 물건이더군요. 세션 리코딩이라는 기능이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웹사이트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전부 영상으로 기록돼요. 보면서 조금은 무섭기도 했죠, 제가 다른 웹에서 하는 모든 게 기록이 된다는 거니까요. 그런 얘기는 막론하고, 사용자 경험을 분석하고 개선하는 데 엄청난 도움이 되었어요. 저야 만든 사람이 저니까 어디에 어떤 기능이 전부 알잖아요? 그래서 당연할 거라 생각했던 것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아니더군요. 영상기록을 보며 마치 그 사람이 된 것처럼 생각해보면 불친절한 부분들이 너무 많이 보였어요. 간단하게 숫자로 순서를 더해주거나, 모바일에선 몇몇 내용을 없애니 훨씬 좋아지더라고요. 뭐 아직 개선해야 하는 부분은 많지만 조금은 사소한 거라 미루고 있어요.

극초기부터 지금 글을 쓰고 있는 5월 17일 한국시간 14시 30분까지 설문이 총 57개를 받았어요. 이 중에 3두 명이 가격과 관련한 질문들을 추가한 이후 응답해주신 분들이고요. 두 명 빼고는 전부 좋다고 해요. 14분은 더 비싸도 구매할 거라 해주셨고요. 근데 129달러 절대 비싼 가격은 아닌데… 재료비만 50달러인데 조금 슬프긴 하네요. 뭐 제가 설득을 잘 못한 거겠죠, 그리고 사실 직접 만들게 하는 게 원래 의도라서 상관없을 것 같아요.

Tally 대시보드 스크린샷
Tally 웨이트리스트 대시보드.

5. 손해보면 어떡하지?

가격 이야기 좀 더 할게요. 조금 불안한 부분이라… 129달러는 전혀 비싸지 않아요. 아니 엄청 싸요. 부품비만 50이고 여기엔 납땜하는데 들어가는 시간 노력, 글로벌 배송같은건 하나도 고려되지 않은 비용이에요. 그런 거 다 합쳐보면 사실상 저한테 떨어지는건 거의 없겠죠. 오히려 팔면서 손해보면 어떡하지? 그런 불안이 많아요. 돈이 남아돌면 모를까, 없어서 맨날 학식먹는 처지에 그럴순 없거든요. 쓸모없는 걱정이길 바라요. 뭐, 실제로 대량으로 판다고 하면 재료비도 절감할 수 있을 거고 최대한 싸게 만드는게 제 역할이니 어쩔 수 없죠. 해보면 알겠죠 뭐.

왜 129달러로 정했는지 궁금하실 거예요. 정말 별 이유 없어요. 애초에 패턴플로우 기기나 키트를 팔아서 돈을 벌고자 하는 생각은 없었어요. 오픈소스로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모으고 싶기에 무조건 싸게 뿌리려 했죠. 그러다 누가 인스타 댓글로 “Price?”라고 물어보더군요. 구매할 수 있냐는 이전의 수십 가지 댓글들엔 준비 중에 있고 웨이트리스트 등록할 수 있다고만 하면 됐는데, 그렇게 직접적으로 물어보니 답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100달러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고, 너무 좋다고 해서 그 언저리에서 해야만 한 거죠. 조금은 미련해 보이네요.

가격을 묻는 인스타그램 댓글
가격을 묻는 댓글. 아무 생각 없이 100달러 언저리라고 답해버렸다.

돈은 다른 곳에서 벌고 싶어요. 패턴플로우로 인지도를 올리고 B2B로 기업 공간에 더 크게 설치한다거나 개인전을 열어서 저만의 한정판 패턴을 팔거나 하는 거죠. 비싼 걸 적게 팔아서 돈을 벌고 싶어요. 그러면 모두에게 윈윈이잖아요? 메이커들은 싸게 구매하고 만들 수 있어서 좋고, 기업이나 돈이 많은 사람은 멋진 작품과 나름의 자부심?도 얻을 수 있고, 저는 돈도 벌고 더 다양한 실험도 할 수 있으니까요. 사실상 아주 먼 미래를 보고 하고 있어요. TMI인데 지금 받고 있는 심리상담에서 그런 얘기를 해주셨어요. 너는 미래에 있는 것 같다고 지금 여기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고. 뭐 맞는 것 같아요. 고치고 싶은데 어렵네요.

더 먼 미래에는 이런 상상들을 하곤 해요. 패턴플로우를 제가 없어도 돌아가는 안정적인 생태계로 만들고 빠진 다음 저는 다른 프로젝트들을 하고 싶어요. 거의 뭐 아트테크? 그냥 기술 활용해서 재밌게 장난치는 거죠. 하나 찜해둔건 집에 안 쓰는 천체망원경을 개조하고 AI도 달아서 도시 사진을 아주 정교하게 자동으로 찍어보고 싶어요. 웹사이트로도 연동해서 볼 수도 있게요. 천체망원경으로 하면 원형보케가 자동으로 생긴다던데, 그 효과가 입혀진 야경을 제일 보고싶네요.

MIT 미디어 랩도 가고싶어요. 지금 페이스만 잘 유지하고 영어공부만 하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해요. 거기서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며 아이디어도 얻고 재밌게 실험도 해보고 싶어요.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서 해보고 싶어요. 다만 잘 할 수 있을진 모르겠어요. 인간관계로는 좋다가 같이 일만 하면 사이가 멀어진 경우가 많거든요. 성격이 조급하고, 제가 한 것들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껴지면 그걸 알아달라는 마음이 좋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된다고 하더군요. 맞아요, 그리고 도와 달라는 말도 잘 못하겠고. 열심히 고쳐봐야죠. 좋은 사람이 되면 좋으니깐. 남들이 먼저 연락하고 불러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더 더 더 나중에는 뭔가 교육자가 되고 싶어요. 제가 또래 친구들에 비해선 교육 경험이 많다고 생각해요. 운이 좋아 돈을 받으며 가르쳐보기도 했고요. 제 이름이 한자로 오를 승, 가르칠 훈이에요. 이것도 TMI인데, 부모님 두분 다 초등학교 교사셔요. 그래서 어릴때는 제 이름이 조금 싫었어요. 무엇보다 교육자는 돈을 많이 못 버는 것 같았거든요. 사고 싶은 게 있어도 참았던 적이 많았죠. 그게 뭐 싫었다 그런건 아니고… 당연히 당시에는 싫었지만 지금은 그 덕분에 오히려 별 사치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돈 벌어도 뭐 그냥 건강한 음식 먹고 운동하고 그런데 쓸 것 같은? 막상 벌면 달라질 수 있지만요.

해보니 가르치는 게 정말 재밌었어요, 하면서 제가 배우는 부분도 많았고요. 사실 가르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안다고 착각했던 부분들을 찾을 수 있었고, 그렇게 각인된 지식은 잊혀지지 않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가장 극적으로, 눈앞에서 느낄 수 있는 몇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좋더라고요. 만약 돈을 정말 많이 번다면 교수 대신에 시대상황에 맞는 별개의 커리큘럼과 환경을 만들고, 뭔가 특별한 교육을 해보고 싶어요. 그냥 자유롭게 막 만들고 장난치고 고장내고 사고치고 누가 하는 게 재밌어보이면 합류하고 그러는 곳?


6. AI로 패턴 만들기

꿈 이야기는 그만하고 다시 패턴플로우로 돌아올게요. 지금 가장 중요한 게 홍보, 마케팅이란 거 기억하시죠? 전략은 이래요. 사실 전략? 이라 하기는 뭣한 게 그냥 하다 보니 된 거고 또 그냥 하는 거긴 해요. 첫 번째는 레딧이었죠. 한국은 메이커 문화가 거의 없어요. 그래서 무조건 글로벌로 하고자 했고, 당연하게도 제일 먼저 떠오른 게 레딧이었고요. 특히나 아두이노 서브레딧이었죠. 운이 좋게도 반응이 좋아서 많은 응원을 받았고 그 덕분에 여기까지 만들 수 있었어요. 저는 칭찬받으면 춤추는 걸 넘어 날아가는 스타일이라 쉬지 않고 달렸죠. 그리고 조만간 다시 레딧에 글을 작성할 거예요. 뿌리가 거기라고 이미 각인되어버린 느낌이에요.

두 번째로는 인스타를 활용하고 있어요. 원래도 뭐 만들면 항상 릴스를 올렸어요. 이번에도 그랬고 반응이 좋았고, 그래서 계속 올리고 있어요. 틱톡이나 유튜브 쇼츠는 계정은 있지만 하기 귀찮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인스타만 하고 있어요. x나 스레드도 마찬가지로 귀찮아요. 뭣보다 패턴플로우는 영상으로 보여주어야 해서 인스타가 최적이었죠. 여기에 추가로 이 글이 올라갈 블로그까지, 총 3개로 가는거예요. 사실 블로그는 마케팅이라기보단 그냥 자기만족, 기록용이긴 하고요.

매일매일 인스타를 올리고 있어요. 하루에 패턴 하나정도는 올리는 느낌? 그중에 하나는 왜인지는 몰라도 반응이 정말 좋아 7.2만 조회수를 기록했어요. 앞으로 더 오를 것 같은데 10만 찍으면 좋겠네요. 대부분 1~3천 사이에서 멈춰요.

패턴플로우 인스타그램 그리드
매일 하나씩 쌓이고 있는 패턴플로우 인스타그램 그리드.

이 릴스용 패턴들은 뭔가 신경써서 만들거나 하지는 않아요. 만드는 의도 자체가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는 “패턴플로우에 다양한 패턴을 넣을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거든요. 최대한 많은 패턴으로 콘텐츠를 양산해서 가능성을 보여주는 거예요. 그래서 각 패턴에 별 의미는 없어요. 맨 처음 origin 패턴만 빼고요. 그건 애초에 뿌리가 달랐으니까요. 아무튼 그러다 보니 저도 이게 맞는진 모르겠어요. AI로 패턴을 뽑아내는 게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고, 사람들의 반응들도 이해가 안 가요. 예쁘다 생각한 건 별로고, 그냥 그랬던 게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거든요.

말했다시피 나중에는 저만의 독창적인 패턴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싶어요. 그 패턴들에는 아마 의미가 담겨있고 그걸 표현하기 위해 많은 공부와 실험을 하게 되겠죠. 그런 만큼 AI로 패턴을 만든다는 게, 그냥 프롬프트 입력하고 엔터 한 번 눌러서 나온 수많은 것들 중, 예쁜 거를 찾는 지금의 방식이 맘에 안 들어요. 그래도 뭐 어쩔 수 없다 생각해요. 목적이 다른 거고 순서가 있는 거니까. 그리고 제 역량도 한참 부족하고요. 특히나 JS나 블렌더 지오노드로 만들고 C++로 옮기는 건 음… 나중에도 AI로 할 거예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패턴플로우를 고생해서 만들거나 돈을 주고 구매했는데, 막상 자신의 패턴을 만드려면 코딩 공부를 빡시게 해야 한다? 최악이거든요. 최대한 쉽도록 만들어야해요. 그러다 흥미가 생기면 직접 공부해서 하는 거고요. 일단 처음은 쉽고 재밌게! 이게 정말 중요하죠. 가르칠 때도 많이 느꼈어요. 아 내가 주고 싶은 거랑 그들이 받고 싶은 게 다르구나. 어려운 건 대부분 싫어하는구나. 어쩌면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프롬프트를 계속 연구하고 있어요. 하나의 프롬프트만으로 하기는 한계도 확실해서 여러 영역으로 나누어 연구도 해봐야 하고요. 예를 들면 패턴을 형태와 색상으로 나누는거죠. 형태는 또 여러 기법에 따라 나누고, 색상도 조합방식을 구분지을 수 있겠죠. 각각의 효과와 잘 어울리는 조합을 찾아 묶어주고, 사람의 추상적인 표현을 AI가 가장 적절한 조합을 찾아 만들어주도록요. 여기에 자동화까지 추가하여 스스로 연구하는 AI시스템을 만든다면 그건 하네스 엔지니어링이 되겠죠. 재밌을 것 같아요.

패턴을 양산하는 Pattern Lab 화면
패턴을 빠르게 미리보고 수정하기 위해 만든 Pattern Lab.

그치만 많이 어려워요. 패턴을 한 5일간 무작위로 뽑아내고 있는데 한계점이 많이 보여요. 무엇보다 하드웨어의 계산성능이 딸리더라고요. 아무래도 128 * 64 개의 픽셀을 1초에 수십번 계산해 줘야 하다 보니 조금만 무거워져도 바로 렉이 걸려요. 노이즈 패턴 쓰기가 무서워요. 블렌더에서 할 때는 노이즈 패턴 막 수십 개 겹쳐서 썼는데 말이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원격송출을 시도해보기도 했어요. 그치만 잘 안되었죠. 이건 예전 〈성공과 실패 — 다음 단계〉블로그 글에 정리되어 있고요.


8. 학술적인 거

올해 목표가 작가 되기고 그래서 수업도 그거에 맞춰 듣고 있다고 했잖아요? 그거에 대해서 조금만 자세히 얘기할게요. 우선 “작가적 디자인 스튜디오” 라는 수업은 한 학기 동안 전시를 하나 만들어보는 거예요. 선배 작가를 한 명 정하고 분석한 뒤 자신만의 작품으로 재해석한 전시를 진행해요. “근현대 작가론”이라는 수업은 작가를 분석하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주는 수업이고요. 중간고사 직전, 교수님이 바뀌는 처음 겪는 재밌는 일도 생겼고요. 기말 과제는 근현대 작가 분석 리포트를 하나 작성하는 거예요.

애초부터 둘 다 백남준으로 하기로 했어요. 첫 블로그 글에도 적긴 했지만 1월 28일 처음 백남준 아트센터에 놀러갔었어요. 우연히 20주년 행사도 보았고 되게 재밌었죠. 그래서 백남준으로 한 것 같고요. 그에 대해서 많이 분석하지는 못했어요. 다큐나 책들을 많이 보긴 했는데, 운이 좋았고 장난기 많은 사람이란 거 이상으로는 모르겠더라고요. 분석이라 함은 뭔가 대단하고 거창한 느낌이라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지금은 그냥 패턴플로우 만들기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백남준의 Robot K-456
1월 28일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본 Robot K-456.

최근 근현대작가론 교수님에게 수업이 끝나고 여쭤봤어요. 혹시 지금 내가 백남준의 작품을 재해석했다는 프레임으로 진행중인 개인 프로젝트가 있다. 이거에 대한 글을 적는것도 분석 리포트가 될 수 있느냐. 당연히 된다더군요, 아니 오히려 더 권유하시는 것처럼 느꼈어요. 자신같은 이론가와 달리 너처럼 작가로선 목적 자체가 결국 자기 거 만드는 거 아니냐, 그래서 좋다. 너무 좋았죠. 같이 수업 듣는 사람들한테도 이 내용을 알려줬어요. 사실 경쟁자고 알려줄 이유는 없지만, 어차피 A+ 받을 자신은 있으니까요. 사실 고맙단 말 듣고 싶어서 알려준 게 크죠.

나중에는 학회 같은 곳에도 패턴플로우를 내보고 싶어요. 상품적인 가치는 충분히 인정받았다고 생각해요. 그치만 저는 결국 예술을 하고 싶어서 그런 방면의 인정도 필요해요. 되게 특별한 일이 있었어서 조금 인정받은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그건 아직 확실치 않으니 적지 않을게요. 그렇다고 해서 기존 논문이나 사례를 조사하고 공부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분명 필요한 건 알지만 귀찮거든요. 어차피 제가 적을 글은 지금 이 글처럼 솔직하게 다 털어놓는 글일 거예요. 이런 건 별로 없어서 받아주지 않을까요? 그러길 바라요.

성향이라고 생각해요. 상담해주시는 분도 그러더군요, 너무 정직한 사람이라고. 정직한건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정직은 무조건 착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있거든요. 제가 착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래서 정직보단 그냥 솔직하다는 표현이 마음에 들어요. 솔직한건 때론 좋기도 하고 때론 나쁘기도 하니까요. 왜 그런가 하면, 그냥 거짓말이 불편해요. 하고나면 언젠가는 들통날까 마음 한편에 응어리가 생기는 느낌. 불안이 생기더라고요. 거기서 수많은 극단적인 상상까지 뻗어나가고 에너지와 시간을 허비하게 되더라고요.

학회에 쓸 때에 어떻게 써야할지는 전혀 모르겠어요.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아주 친한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좋은 성과를 낸걸 알고 있어요. 언급했던 기철 교수님이요. 편하게 여쭤보고 도움 받을 수 있으면 좋죠. 도와주실거라 생각하고요. 근데 왜인지 그러기가 싫어요. 괜히 도와 달라 하는 느낌이고, 어차피 결국에는 제가 해야하는데 그냥 혼자 하자 이런 느낌? 뭔가 패턴플로우가 제 것이 아닌것처럼 넘어가게 될까 불안 하기도 하고요. 오픈소스로 하겠다는 놈이 이런 걱정을 하는 게 웃기긴 해요.


9. 펀딩

팔아야죠.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팔고 싶어요. 전 세계에 패턴플로우를 뿌리고 싶어요. 하지만 글로벌 판매경험은 전무하고 너무나 어려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Crowd Supply에 런칭하고 싶어요. 거긴 풀필먼트 매니징을 해 주는 걸로 알아요. 다만 들어가기 어렵다고 들었어요. 패턴플로우의 가치가 제대로 전달되기만 한다면 무리는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제가 잘 전달되도록 표현했을지는 자신이 없네요. 실패한다면 킥스타터로 해봐야죠. 글로벌 니치 상품을 판매하려면 그것 외에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요.

펀딩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된다면 펀딩 페이지 디자인과 패키징 디자인은 제가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저는 그런 거 정말 못하거든요. 아니 그냥 하기 싫어요. 너무 따분하달까? 전 움직이는 거 만드는 게 재밌거든요. 그래서 친한 디자이너 선배한테 부탁하려 해요. 가능하다면 팀으로 해서 디자인 스튜디오처럼 해보고도 싶어요. 하지만 돈이 먼저 필요하겠죠. 꿈만으로는 싸울게 뻔하니까요.

자본을 확보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곤 있어요. 왜 필요한지도 모르겠는 짜증나는 사업계획서도 쓰고 있고요. 보이는 족족 신청은 하고 있죠. 다만 최종 선정은 모르겠어요. 서류에선 당연히 될 것 같은데, 프레젠테이션은 자신 없거든요. 발표가 무서운 건 아니에요. 오히려 엄청 좋아해요. 짜릿하잖아요. 그치만 제가 정말 말하고 싶은 내용일 때만 그렇죠. 그래서 평범한 사업계획 pt와는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조금은 건방지고 도발적이고 재밌겠죠. 선정 받지 못한다면 씩씩거리면서 역시 기존 시스템은 고리타분하다는 둥 화를 내겠죠. 그리고 다시 신청하겠죠.


10. AI 시대의 태도

대가속의 시대다, AI시대다 막 이러잖아요. 모든 게 바뀌고 있는 시기인거죠. 근데 주변 친구나 선배들을 보면 안타까운게 많아요. 뭐랄까 다들 취업만 하려해요. 제가 보기엔 충분히 역량있고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왜 이리 겁을 먹었는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저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긴 하지만요. 그치만 최대한 하고 싶은 대로 해보며 살다보니 이게 엄청 재밌어요. 걱정들은 거의 다 쓸모없는 것이었고요. 죽을 것 같지만 죽지도 않았고요.

결국에는 교육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학교라는 고리타분한 시스템이 싫어요. 다 똑같은 걸 시키고 비교하고, 조금이라도 다르다 싶으면 낙오되었다 해버리고, 싫은 사람들을 억지로 버텨야 하는 환경도 최악이고요. 강하게 표현하자면 말 잘 듣고 시킨 일 열심히 하는 노예 만드는 곳이잖아요. 물론 반드시 필요하기도 하죠. 사회성도 기르고 최소한의 상식은 필요하니까요.

그래서인지 소위 좋은 학벌의 사람일수록 포텐셜이 낮아지는 느낌이 들어요. 뭔가 이름뿐인 학벌에 만족하고 대충 사는 애들도 많다고 느끼고요. 그들 입장에선 나름 열심히 산다고 생각하고 표현하지만, 기준이 터무니없이 낮아진거죠. 뭔가 하고 싶다면서 곧이어 말도 안되는 변명거리를 늘어놓으며 안 하기도 하고요. 좋은 학교에 왔다는 건 그만한 노력을 할 의지와 인내심이 있다는 건데, 그걸 스스로 낭비하고 있는게 너무 안타까워요.

만약에 제가 큰 사람이 되어 교육을 하게 된다면 태도를 가르칠 거예요. 기존에 배운 것들은 전부 잊어버리라 하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잡생각을 멈추고 일단 바로 해봐라. 후회할 것 같아도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지 않냐, 하고 싶은 거 많지 않냐 다 하려면 부지런히 해야 한다. 아니 그냥 생각나면 바로 해봐라. 이런 태도요. 지식도 지혜도 필요없고 태도가 먼저라 생각해요. 지식은 AI가 이제 담당할 거고, 지혜는 경험에서 알아서 생기는 거니까요.

개인적으로 정말 존경하는 형이 있어요. 호준이 형은 그런 태도도 갖추고 거기에 인간적인 면까지 가진 멋진 사람이죠. 뭐든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길을 가며, 주변 사람들이 항상 불러주는 사람 같아요. 어떻게 보면 저에게 있어 빌 캠벨같은 사람이에요. 한땐 제 조급함과 불안으로 인해서 관계가 파단날 뻔 하기도 했지만 능숙하게 받아주어, 지금은 더 신뢰하는 관계가 되었고요. 아무튼 이 형이 항상 말하는 목표가 있어요. “기본적인 태도를 갖춘 사람들끼리 모여서 생각과 살을 공유하고 재밌는 프로젝트들을 하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 고 해요. 저도 그런걸 만들고 싶네요. 그걸 만들 때 제가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11. 계속 알리기

당분간은 콘텐츠를 만들고 패턴플로우를 홍보하는 데 집중할 거예요. 그러면서 준수한 패턴을 쉽게 생성하는 AI시스템도 연구할 거고요. 인스타 팔로워나 깃허브 스타수는 오르면 당연히 좋겠지만 그것보단 더 바라는 게 있어요. 정말로 만들고 기여하고, 공유해주는 분들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일단 몇 분 계시거든요? 특히나 패턴 만들어서 주신 분도 있고 너무 고맙죠. 그런 분들 한 분씩 나타날 때마다 진짜 너무 뿌듯하고 기뻐요. 그래서 계속해서 알려보려고요.

인스타로 다양한 연락이 오고 있어요. 신기하더라고요. 아직은 별로 없지만 악플에 대한 마음준비도 해야죠. 싫어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건 잘되고 있다는 증거니까, 상처받지 말고 오히려 좋게 생각할 수 있기를 바라요. 그러면서 겪는 일들과 감정을 이렇게 글로 다시 정리를 해야죠. 아무튼 계속 이렇게 하려고요.


12. 마무리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하며 마무리하고 싶어요. 어제 오랜만에 넷플릭스를 켜서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라는 드라마를 봤어요. 별 기대 없이 시간 때우기용으로 잠깐 보려했는데 계속 울었어요. 7시간을 내리보며 계속 울어서 지금 눈이 많이 아파요. 완결까진 멀었고, 혹시나 찝찝할 때 끊기 싫어서 행복한 장면에서 멈추었어요. 완결이 나면 다시 이어서 보고, 여러 번 반복해서 볼 것 같아요. 다들 보시길 꼭 추천드려요.

글이 많이 정신없을거예요. 어제오늘 이틀 동안 한 5시간 동안 적고 검수하고 하긴 했는데, 제가 말을 잘하거나 글을 잘 쓰는 편은 아니에요. 그리고 더 하기에는 힘들어요. 영어로 읽으시는 분들은, ai가 번역한 거라 조금 더 어색한 느낌이 들 거고요. 그래도 진심이 전해질 수 있으면 좋겠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이 글을 읽으신 분이 있다면 정말 대단하다고 박수쳐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패턴플로우를 만들고 싶다거나, 공유하고 싶은 게 생긴다면 망설이지 말고 연락주세요. 패턴플로우가 아니라 자신만의 것을 만드는 것도 좋아요. 덕분에 용기를 얻어 시작했다는 말 한마디만 해줘도 그 기분으로 일주일은 즐겁게 살 수 있을 거예요.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