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이다

불확실성 투성이

요즘 정신 상태는 정말로 최악이다. 스트레스가 많이 쌓일 때면 싸우는 꿈을 많이 꾸곤 하는데, 어제는 진짜 하루 종일 육탄전만 벌였다. 그만큼 짜증나고 불안하고 긴장된 상태다. 크라우드 서플라이 런칭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구독자 150명을 초과한 순간부터, 머릿속에 어떤 타이머가 작동한 느낌이다. 최대한 빠르게 처리해야만 한다. 크라우드 서플라이 측에선 티어다운 컨퍼런스를 끝내고 슬슬 업무에 복귀하는 듯하다. 그동안 나는 런칭을 위한 자료나 초안 등을 준비해 두었고, 어제 자세한 안내를 받았다.

글로벌 전자제품 판매를 위한 각종 인증부터 시작해서, 관세와 수수료를 포함한 재견적, 그리고 생산 및 크라우드 서플라이 창고까지 배송하기 위한 방안들을 전부 검토해야 한다. 머리 아파 죽겠다. 더 답답한 것은 이 중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다는 거다. 전부 상대에게 물어보고, 답장이 오기 전까진 불확실성을 남겨둔 상태로 기다려야만 한다. 덕분에 미치겠다.

이 모든 걸 혼자서 대체 어떻게 관리하고 감당할 수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나야 AI 도움을 받아서 차근차근 해보곤 있다지만, 그 이전의 사람들은? 어떻게 했는지 진짜 존경스러울 정도다. 만약에 몇 달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크라우드 펀딩을 하지 말라고 말리고 싶을 정도다. 차라리 오픈소스에 집중해서 커뮤니티 형태로 만드는 것에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한다. 물론 그 부분을 하지 않고 있진 않다. 동시에 하고 있다. 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커뮤니티가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는 느껴지는데, 그만큼 개선해야 하는 부분들이 수없이 나타난다. 그리고 소통에 있어서 많이 비효율적이라 느껴지는 부분들이 생겼다. 이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웹사이트 커뮤니티 페이지에 자그마한 테스트용 기능을 추가해둔 상태다. 다만 만든 기능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든지 말든지 할 텐데, 알리지 않고 있다. 아마 무서워서 그런 것 같다. 잘 작동할지에 대한 불안함 때문에, 차라리 알리지도 말고 그래서 당연히 안 된다는 식으로 위안을 얻으려는 거다.

펀딩을 성공적으로 런칭하고 구매자가 많다 하더라도, 이를 통해서 돈을 벌지는 못한다. 견적을 내보니까 그게 훨씬 더 명확하게 보인다. 아직 산정하지 못한 요소들까지 포함하면 지금 계획의 199달러로도 아슬아슬할 수 있다. 차라리 가격을 높게 책정해버려도 되지만, 이전에 사람들에게 말해둔 것들 때문에 거부감이 든다. 또한 직접 만들면 100달러로도 충분한 제품을 몇 배로 팔아도 되는지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는다. 만드는 데 필요한 환경과 노력, 시간을 감안하면 정당한 대가인 걸까.

이번에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창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도 선정되었다. 지원금 300만 원을 받아 시제품 제작 테스트 비용으로 사용하고자 했었는데,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국내 사업자와의 거래에만 지원이 가능하다고 한다. 해외는 세금계산서 발행이 안 되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면 이 300은 대체 어디에 써야 할까. CE, FCC 인증에 그냥 전부 써버릴까. 그런데 아직 견적에 대한 감이 안 잡히니 이것도 애매하다. 다른 예술창업 지원 프로그램도 찾아봤는데, 거기는 사용 제한이 더욱 구체적이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돈이 쪼들려서 식비도 매끼 학식으로 때우고 있는 마당에, 내 돈 들여 무언가 하기는 어렵다. 또 2학기 재학 여부도 고민해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확 휴학해버리고 싶은데, 가능하다면 병행하는 편이 좋긴 하니까. 이건 당분간 크라우드 펀딩 런칭 준비 난이도에 따라 결정할 것 같다. 지금 느끼는 정도라면 절대 불가능이다.

앞으로 크라우드 서플라이 펀딩 준비와 별개로 해야 하는 것들이 뭐가 있을까. 일단 README의 자료들을 수정해야 한다. 각종 스크린샷과 사진들을 최신 버전으로 바꾸어야 한다. 특히 패턴플로우 기기 사진은 극초기에 핸드폰으로 찍었던 거다 보니까 반드시 수정해야 한다. 그래서 방금 카메라 빌려서 테스트해보고 오는 중이다. 다만 LED의 느낌을 잘 담기 어려워 보인다. ISO, 셔터 스피드 등등… 제대로 된 카메라로 해보는 건 아예 처음이라 어렵더라. 그래도 다른 사람한테 해달라 하는 것보단 내가 해보고 싶다.

촬영 스튜디오에 세팅해둔 패턴플로우와 삼각대 위의 카메라
촬영 스튜디오에 세팅해둔 패턴플로우. 제대로 된 카메라는 처음이라 아직 어렵다.

커뮤니티 활성화도 정말 중요하다. 사실 내가 가진 가장 큰 자원이 커뮤니티다. 그들이 도와줄 수 있도록 환경만 잘 조성해주면 얼마든지 도와줄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 조금의 부탁조차 하기 어렵고, 판은 어떻게 깔아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 오히려 그들이 무언가를 해오면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 그들이 실패를 하면 죄책감마저 들 정도다. 그럴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가 없다. 계속 관심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공유해줘서 고맙다고 표현해온 이들이, 한순간의 실패로 나에게 악감정을 품고 돌변할 것만 같다. 패턴플로우 프로젝트를 통해 잘 고쳐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