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전환
짜릿짜릿해
두 시간 전까지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패턴플로우 소개 영상에 들어갈 대본과 나레이션을 만들었다. 특히 기계적인, 재밌는 사운드로 만들고 싶어서 Google AI Studio에서 TTS로 만든 것에 에이블톤에서 보코더를 걸었다. 점심에는 너무 재밌었다. 파라미터를 조금만 바꿔도 음색이 완전 달라지고, 뭔가 신기하고 색다른 사운드여서 좋았다. 3시간 동안 그걸 가지고 놀았다. 그래서 정말 잘 만들어진 것 같아, 옆에 앉아있던 분에게도 자랑했다. 이제 집에 가서 영상에 들어갈 장면들 몇 개 촬영만 하면 멋진 영상이 나올 것만 같았다. 집에 돌아와 사운드를 다시 틀어보는데, 너무 별로더라. 소리가 뭐라는지 하나도 들리지 않는 느낌이고, 그냥 듣기 싫었다. 그래서 오늘 하루 종일 뭘 한 건가 싶더라. 차라리 사운드 공부라도 했으면 모를까, 그거 하기 싫어서? 나레이션 만든 건데 그마저 너무 별로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커뮤니티 쪽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따로 만들기 귀찮아서 커뮤니티 서버를 디스코드 채널로 하고 있는데, 누군가 디스코드 가입이 안 된다고 한다. 찾아보니 이란을 비롯한 몇몇 국가는 디스코드 가입이 안 된다더라. 의도한 건 아니지만 뭔가 배척하는 느낌이 들어 괜히 미안하고 찝찝했다. 해결 방안을 고민해 보는데, 사실상 별다른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예 서버를 만들기엔 디스코드보다 잘 운영될지도 모르겠고. 만드는 데 시간과 에너지도 많이 들 테고. 여기에 현재 크라우드 서플라이 구독자 수와 깃허브 스타 수의 증가세가 최근 들어 저조한 것에서 오는 불안감이 증폭됐다. 패턴플로우를 잘 할 자신이 점점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사운드 디자인 공부도 너무 어렵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고, 패턴 생성도 다양하게 실험을 해봐야 하는데 스스로 안 하고 있음을 자책하고 있고, 그냥 다 별로다.
밤중에 그냥 밖으로 나갔다. 비가 아주 많이 와서 사람이 없다. 늘 가던 대로 공원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데 비바람이 엄청 거셌다. 너무 재밌었다. 공원에 도착하니 비가 많이 온 탓에 잔디밭에 물이 많이 고여서, 물놀이장에 온 것만 같았다. 비를 맞으며 물을 차고 노니까 물놀이장에 온 기분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함께라면 더 즐거울 것 같았다. 곧 밤 11시인데 근처에 사는 사람에게 전화를 돌려 같이 놀자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피곤하다고 혼자 놀라고 한다. 조금 아쉽지만 물을 마시고 다시 공원으로 간다. 똑같은 곳에 가서 똑같이 물장구를 치며 혼자 놀았다. 언제 좋지 않았냐는 듯이 기분은 180도 바뀌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졌다. 비를 많이 맞아서 물리적으로 서늘해지긴 했을 테다. 한밤중에 아무도 없는 어두운 공원에서 물장구를 치고 있다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좋았던 게, 갑자기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니 너무 무서웠다. 어디선가 나를 바라보는 귀신이 있는 것 같았고, 너무 오싹해서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간다. 우산은 바람 탓에 고정장치가 망가져서 두 손으로 잡고,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며 빠르게 발걸음을 옮긴다. 아무도 없는 공원을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무언가 있는지 확인한다. 완전 서늘하고 긴장되고, 그래서 더더욱 짜릿했다. 색다른 경험이었기에 이 기분이 사라지기 전에 빨리 글로 옮긴다.

덕분에 기분전환은 확실히 됐다. 패턴플로우는 어떻게든 잘 되게 만들 거다. 급할 필요 없고, 이런 어려움과 고민들은 당연히 생기는 거다. 이미 많이 잘 해결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라고 바람을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