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다
다른 방향으로
저번 주말까지 여러 서브레딧에 패턴플로우에 관한 글을 올리고, 15개 정도의 매거진에 콜드메일을 보냈다. 어떻게든 크라우드 서플라이 펀딩 페이지에 유입을 늘려서 전환을 만들고자 했다. 당연하게도 커뮤니티에선 좋은 반응이 나왔고, 콜드메일보다는 많은 업보트를 받은 레딧 글들에서 생겨난 순수 오가닉 기사들이 많이 생겼다. 혹은 크라우드 서플라이 측에서 무언가 조치를 취해준 걸까? 무언가 해주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어쨌든 Mixmag, Synthtopia, MATRIXSYNTH, MMR Magazine 같이 전자음악, 신디사이저 관련 매거진에 여럿 실렸고 유입이 생겼다. 전환은 일어나지 않았다. 가격이 문제인 걸까? 깃허브 스타 수나 디스코드 유입은 생겨도 구매는 하지 않는다.
펀딩 성공을 예측하고 미리 준비하기 위해 주문해 두었던 PETG 3D 인클로저가 어제 도착했다. 이번에도 PCBway의 스폰서십을 받았는데 퀄리티가 매우 좋다. 저번보다 훨씬 좋아진 느낌이다. 재질에 관하여 PLA보다 플라스틱한 느낌, 광택이 많이 날까 걱정했는데 전혀 문제 되지 않을 것 같다. 더 깨끗한 느낌이라 아주 좋다. 배송도 역시나 부서지지 않도록 신경 써서 포장되어 안전하게 왔다.

다만 이 역시 펀딩이 성공적으로 끝나야 쓸모가 생기는 건데… 헛짓거리가 되지 않길 바란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나도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여야 할 텐데, 요즘 고민이 많이 된다. 새롭게 생긴 지원금을 바탕으로 어떻게든 펀딩을 억지로라도 성공시키고 그걸 자산으로 다음 스텝들을 진행해 나갈지. 혹은, 정확한 타깃을 대상으로 충분한 트래픽을 만들었음에도 전환이 되지 않는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게 실패를 인정하고 다른 방향으로 전환할 것인지.
사실 방향 전환이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그보다는 보너스 단계를 뛰어넘을지 말지 결정하는 상황이 더 알맞다. 패턴플로우를 직접 만들 시간이 없는 사람들을 펀딩을 통해 유입시키고, 구체적으론 패턴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고자 했다. 이미 틀린 부분은, 패턴플로우 기기 보유 여부는 패턴 창작 및 공유와 연결성이 없다는 것이다. 나를 제외한 사람들은, 패턴랩의 AI 시스템으로 인해 패턴 만들기가 쉬워졌다 할지언정 만들 이유가 부족하다.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는 거다. 가장 많이, 꾸준히 만들어준 분은 기기가 없기도 하다. 아무튼 이거는 다른 문제라는 소리다.
반면 패턴플로우를 직접 만드는 사람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알리기 시작한 3월부터 지금까지 약 50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패턴플로우를 만들었다. 이에 대한 근거는 재미있게도 의도하지 않은 장치에서 생겼다. 알리의 어필리에이트 링크와, 현재 패턴플로우 제작의 고질적인 한계에서 비롯된 구조다. 다른 부품은 몰라도 LED 패널만큼은 정확히 그 회사의 모델을 사야 만들기 쉽다고 언급해 두었기에, 제작자의 대다수가 숫자로 기록이 된다.
총 64개의 주문이 발생했고, 한 명이 여러 대를 제작한다 가정하면 50명 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하나 아쉬운 점은, 자발적으로 디스코드에 자신의 패턴플로우를 공유해주는 사람은 10명 남짓이다. 그래서 조만간 만든 사람들을 집계하기 위해 요청을 하고자 한다. 물론 귀찮아서 안 해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따라서 패턴플로우를 어떤 커뮤니티이자 오픈소스 생태계로서 성장시킬 수 있는 기반은 거의 갖추어졌다고 봐도 된다. 펀딩을 하지 않아도 다음 단계들을 시도할 만큼은 충분하다는 뜻이다.
수많은 변형과 실험이 자발적으로 커뮤니티 내에서 이루어지고 공유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최근 펌웨어를 대규모로 갈아엎기도 했다. 이 이슈에서 자세히 볼 수 있고, 하면서 많이 불편했다. 이미 만들어서 기여해준 사람들에게 내 변경을 따르라고 강요한 것이 사실이며, 그 과정에서 의견 충돌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충돌이었는지 그냥 의사소통의 오류였는지, 그리고 관계가 다시 괜찮아졌는지는 알 수 없다. 표면적으로는 좋아졌지만, 사람에 있어서만큼은 걱정과 불안이 많은 편이라 쉽사리 안심하진 못한다.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기능을 펌웨어에 추가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이 생겼다. 그리고 내가 집중 개발할 영역은 오디오 부분이다. 패턴플로우를 이미 만들고 사용해본 분들의 90%가 오디오와의 동기화에 가장 관심이 많았다. 이전에 개발하다 펀딩 준비하느라 손을 놨던 기능들을 다시 개선하고, ESP32에 PDM 마이크를 달아 테스트도 해보았다. 잘 되고, 이쪽으로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제 큰 기대를 하고 올린 릴스가 지금까지 중에 가장 처참한 결과로 나왔기에, 이게 정말 맞는지는 조금 의심이 된다.

어떻게 문서화하고 사람들이 직접 해볼 수 있게 만들지는 모르겠다. 당장 개발하고 싶은 기능들도 많고, 손봐야 하는 곳들도 많고, 펀딩 관련해서도 그래도 포기하기는 싫고. 이 와중에 만들었던 것들을 정리하고 글을 쓰고 하는 그런 건 내가 제일 귀찮아하는 일이라서… 근데 지금 제일 필요한 것들인 것 같기도 한데. 모르겠다. 프로젝트가 지금 정리가 안 된 느낌. 길들을 뚫어줘야 하는데…
다시 돌아가서, 그러면 돈을 어떻게 벌지 고민해야 한다. 오늘이 개강일인데 1년 창업휴학을 했다. 패턴플로우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냥 예술 프로젝트로 끝낼 거면 휴학을 할 이유가 없다. 적게 비싸게 판다면 기업이 될 수도 있고 개인이 될 수도 있다. 기업 대상으로 하려면 실제 사례를 조금씩 쌓아 나가야 하고, 개인 대상으로 하려면 유명해져야 한다. 지금까지 이룬 성과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
아무튼 그렇다. 생각이 또 많아져서 짜증난다. 뭔가 기막힌 아이디어가 뿅 하고 나오면 좋겠는데, 그럴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이미 모든 방향은 알고 있지만, 과감하게 선택하고 밀고 나갈 확신이 부족하다. 차라리 혼자 하는 거였다면 일단 저지르고 생각할 텐데, 지금은 여러 사람이 껴 있어서 그럴 수 없는 듯하다. 가장 걸리적거리는 건 역시 펀딩이다. 계약도 했고, 지금까지 낸 성과들도 그 펀딩을 기반으로 만든 것들이 많은데 그걸 포기하는 게 맞나? 펀딩 성공 이후를 가정하고 여러 사람들이 시간을 쓰고 일을 하도록 했는데, 그걸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 맞나?
이성적인 관점과 감정적인 관점을 분리하고, 지금 내 불편함이 사람 간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게 또 혼자 과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야겠다. 일단 휴학을 결정한 이상, 이건 단순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일이라 여기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