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해야지

별 수 있나

우선 저번 블로그를 읽고 직접적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준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누가 이걸 보긴 보려나…' 하면서 대충 쓰기 시작한 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걸 내가 알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에 고맙다. 덕분에 많은 위안과 힘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저번 글을 쓸 때와 비교해 보았을 때 확실히 상태가 괜찮아졌다. 잠을 푹 잔 덕분일지도 모른다.

날씨가 굉장히 살인적이다. 밤조차 산책을 하고 오면 땀이 날 지경이라 외출을 하지 않고 있다. 운동도 완전히 쉬고 있어서, 조만간 다시 헬스를 하면 오랜만에 근육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패턴플로우는 나름대로 잘 진행되어 가는 듯하다. 저번 주에 나를 엄습했던 수많은 불확실성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메일을 수십 통 보내가며 체크리스트를 하나씩 지우다 보니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도 남아 있는 불확실성은 존재하지만 그건 뭐 어쩔 수 없고, 불안해하는 것도 유통기한이 있는지 이제는 익숙해진 느낌이다.

지금까지 정해진 것들을 바탕으로 대강 견적을 내보니, 돈을 벌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잃지는 않는 수치가 나왔다. 199달러다. 물론 아직 모르는 부분들이 참 많기에 바뀔 수 있다. 확정은 아니니 오해는 마시길.

들어간 시간과 노력을 감안하면 엄청난 손해지만, 그건 펀딩 이후에 다른 방식을 통해 수익화하면 되리라 생각한다. 처음과 동일하다. 만든 패턴을 예술작품으로 팔거나 B2B 설치 등으로 파는 거다. 혹은 되게 특색 있는 버전의 패턴플로우를 만들어 한정판으로 판다든가… 그렇게 사겠다 연락한 사람들도 꽤 있어서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가장 바라는 것은, 이번에 어느 정도 완성된 패턴 커뮤니티가 일종의 마켓플레이스가 되는 거다.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패턴랩에서 패턴을 만들고 공유하고, 괜찮은 게 있다면 필요한 사람들이 구매도 할 수 있는 거다. 그래야 사람들이 패턴을 만들어 공유해줄 이유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단지 재밌고 반응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창작을 하는 건 분명히 의미가 있지만, 지속 가능성이 낮다. 또한 돈을 벌 수 있다면 패턴의 퀄리티도 당연히 올라가리라 생각한다.

혼자서는 슬슬 패턴 창작에도 한계가 오고 있다. 알고리즘을 제대로 공부하고 연구하며 창작하는 것이 아닌, AI에 많이 의존하는 방식이기에 생기는 건데, 다 비슷비슷하다. 그렇지만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최근 올라온 다른 사람들의 패턴을 보면서 이를 느낀다. 거의 두 달 정도를 꾸준히 AI와 패턴을 생성해 보았지만,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형태가 보인다. 확실히 사람만 다양해져도 정말 새로운 패턴들이 많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런 패턴을 지도처럼 그려보고 싶다. 그때는 원하는 스타일을 더 쉽게 만들고, 의도적인 조합을 통해 의도하지 않은 새로움들을 찾을 수 있을 거다. 이 정도가 되었을 때는 패턴플로우가 코드 그래픽 분야에서 자랑할 만한 업적을 이루었다고 말하고 다닐 수 있을 거다. 물론 그 전에도 그렇게 될 것이라며 지금처럼 떠들고 다니긴 할 거다.

패턴플로우는 꽤 흥미로운 자리에 있다. LED 패널로 시각언어를 다루면서도, 포지셔닝은 의도적으로 신디사이저, 즉 사운드 쪽에도 걸쳐놨다. 이는 애초에 내가 사운드에 관심이 있었기도 했고, 초기 개념을 잡을 때 백남준을 참고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덕분에 메이커들과 비주얼 아티스트에 더하여 사운드 아티스트들도 관심을 많이 보인다. 직접적으로 연락을 준 비율은 오히려 이쪽이 더 높은데, 이는 아마도 메이커들은 바로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 같다.

빛, 사운드, 촉각 세 꼭짓점으로 패턴플로우의 자리를 그린 다이어그램
빛과 사운드와 촉각, 세 꼭짓점 사이에 패턴플로우가 있다.

이 세 영역의 사람들이 소통하고 함께 실험할 수 있는 장이 있다면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테다. 그런 이유에서 자체 커뮤니티를 만들어보고 있고, 웹사이트에 워크숍이라는 이름으로 추가해 두었다. 다만 아직은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너무 많고, 실제로 잘 작동할지도 미지수다. 이 부분은 개인 취향으로써 약간 게임처럼 발전시키고 싶다. 예전부터 그런 목표가 하나 있었다. 동물의 숲 같은 느낌이면서 여러 사람들과 채팅, 대화할 수 있는 게임 같은 웹사이트를 디자인하고 만들고 싶었다. 어쩌면 가장 가까운 형태는 로블록스에서 볼 수 있을 테다.

기기, 웹사이트, 사람들이 모인 곳을 한 장에 정리한 패턴플로우 전체 구조도
패턴플로우 전체 구조 한눈에 보기. 워크숍은 저 아래에 있다.

그걸 내 웹사이트에서 구현하고 싶은 거고, 나중에는 오프라인에서까지 만들어보고 싶다. 아마 패턴플로우가 성공적으로 아주 잘 나가게 된다면, 서울 홍대를 기점으로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 뭐, 이건 소망일 뿐이다. 이걸 위해서라도 지금은 해야 할 것들을 그저 해나가야 한다. 막 미친 듯이 불안하고 조급하다가도 왜 그랬나 싶고, 조금은 페이스를 늦출 때도 있지만 아예 쉬지는 않는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한다가 맞겠다. 뭐,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