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죽박죽
지겹다
요 며칠 동안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부분부분 사건들이나 인상 깊었던 순간들을 제외하고는 되게 뒤죽박죽으로 엉킨 느낌이다. 무기력한 건지, 아니면 쌓인 피로가 몰려온 건지 잠이 많아지기도 했고 허기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래도 우선 패턴플로우와 관련해서 했던 것들을 나열해보자.
서울역 부근에 위치한 모두미술공간이라는 곳에서 진행하는 「안부」라는 시각장애인 작가 전시에 패턴플로우를 설치했다. 설치라고 할 것도 없는 게, 가서 노트북이랑 스피커 연결하고 연결성 테스트 조금만 해준 게 전부다. 일요일에 오픈 행사를 한다고 해서 놀러 갔다. 패턴플로우 사용 영상을 많이 건지고 싶었는데 쉽지 않더라. 내 생각보다 패턴플로우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적기도 했고… 물론 좋았지만 기대보단 못했다. 사진과 영상도 그닥 마음에 들지는 않아서 실망했다.
다음 날에는 홍대의 어떤 LP바에서 동아리 동생이 디제잉을 하는데, 거기 패턴플로우를 두고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마이크를 단 패턴플로우를 두어서 소리에 반응하게 하였고, 집 외의 공간에서 이 기능을 써본 건 처음이었다. 생각보다 사운드에 맞춰서 설정하는 부분이 쉽지 않더라. 첫째로 사운드의 구성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하고, 둘째로 패턴의 특징과 변화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셋째로 잘 연결해야 하는데… 어렵더라. 사진과 영상은 현지님이 찍어주셨는데 덕분에 잘 나와서 좋았다. 아마 내가 찍었다면 그것도 안 썼을지도 모른다.

영상 제작에 있어서는 기대한 것보다 참여가 적어서 실망했다. 그럼에도 영상을 찍어서 공유해준 Simone과 Jon이 있어 다행이었다. 아무도 안 줬으면 심적으로 꽤 타격이 컸을 거다. 아직 만들고 계신 분들이 되는 대로 영상을 공유해주고 싶다고 하셨고, 우선은 영상 기획을 나를 중심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그게 잘 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다양한 패턴플로우를 만들어서 디스코드에 공유해주는 분들이 꾸준히 있어서 좋다. 펌웨어 게시판도 Tommy라는 분의 요청으로 새로 만들었는데, 다양한 활용 사례들을 볼 수 있었다. 잡담하는 채팅방으로 충분하다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구체적인 장소가 필요했었나 보다. 쉽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도 활발하게 유지되면 좋겠다.
아, 전 블로그에 언급했던 파리 패션위크에는 패턴플로우가 설치되지 못했다. 설치 시간이 없어서 못 했다고 한다. 아쉽다. 그것보단 허무하기도 하고 조금 부끄럽다 해야 하나. 거기에도 사용된다는 가정하에 가족이나 친한 사람들, 그리고 블로그에까지 알렸는데 졸지에 거짓말쟁이가 된 기분이다. 물론 누가 잘못했다거나 한 건 아니지만, 기분이 그렇다는 거다.
패턴플로우를 앞으로 어떻게 키워나가야 할지 막막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장 좋은 건 음악 쪽이랑 같이 해서 퍼포먼스를 배우고 직접 하는 건데, 내가 그걸 정말 하고 싶은지 의문이다. 막상 하려 하면 안 하니까 스스로도 좀 신뢰가 떨어지는 느낌. 필라델피아 쪽에 있는 스튜디오에 하나 보내기도 했고, 그분이 또 그래미 크리에이터 서밋인가 거기에서 시연해준다고 한다. 패턴플로우 앰배서더 같은 느낌으로 적극적으로 도와주신다 하니 좋지만, 한편으론 잘 활용하실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어떻게 하면 된다는 걸 직접 보여줄 수 있으면 좋은데 쉽지 않다.
막막하다 보니 자꾸만 딴생각을 하게 된다. 패턴플로우에 관련된 것이든 아니든,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나 돈을 벌 수 있는 수단들을 고민해보는데 그닥 유효하지는 않은 느낌이다. 음, 모르겠다. 이것저것 막 해볼까 생각도 해보지만, 결국에는 하던 패턴플로우에나 집중하자로 돌아온다. 그래도 끝까지 가봐야지, 음음. 구매한 부품들도 전부 오면 디자인창업센터에서 워크숍도 해보고 이것저것 해보자.
뭣보다 집이나 빨리 구해지면 좋겠다. 부동산 중개인은 자꾸만 집주인이 공사하는 걸 허락을 안 한다고 기다리라고만 하는데, 이미 처음 말했던 기간은 지났다. 이제는 급하면 다른 방이나 구하든가 하라는 말투와 태도던데, 그런 부분들이 참 역겹다. 할 수 있을 것처럼 말을 하고, 여러 번 찾아가도 기억이 사라진 것마냥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또 안 지켜질 말들을 하고. 이젠 믿기도 지치지만, 다른 방도 안 나오는 마당에 잘 되기를 바라고 있을 수밖에 없다. 진짜 짜증난다. 요새 사람에 대한 불신이 좀 많아지는 느낌. 그래서 피곤한 건가 싶다.
그냥 사람 없는 곳 가서 한적하게 살고나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AI로 무언가 만들면서 느끼는 하고 있다는 감각도 좀 별로다. 결과가 나오리란 걸 알기에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그래서 신경을 분산시킬 수가 없다. 그런다 해서 집중할 게 있는 건 아니다. 마냥 기다리는 것뿐이고, 까보면 내가 정말 한 것이라곤 하나도 없다. AI를 돌리고 차라리 책을 읽거나 사운드를 하거나 그러면 훨씬 좋을 텐데, 그럼에도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기분 때문에 신경을 분산하기 어렵다. 되게 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