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책상
잡담
적을 만한 내용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래 사진의 더러운 책상처럼 막 복잡하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있는 책상은 상태가 더 별로라서 따로 찍어 올리진 않을 거다.

해외에 보낸 패턴플로우가 잘 배송되고 있는지 수차례 확인하는 동시에, 10월에 한국에서의 전시도 조금씩 준비하고 있다. 이전에 썼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패턴플로우 자체를 전시하는 건 아니지만, 여러 작가분들의 회화, 일러스트, 조각 작업을 패턴플로우화해서 사람들이 체험 가능하게 한쪽에 둘 예정이다.
아무래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사용하기가 어려울 수 있어서, 체험용으로 훨씬 간결하게 만들고 있다. 4개의 노브 중 1개는 아예 패턴 전환용으로 사용하고, 각 패턴에는 3개의 파라미터만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사운드랑도 맞춰야 하기 때문에 하나는 크기, 하나는 속도, 이런 식으로 그래도 통일감을 주고자 한다. 사운드도 같이 작업하고 있다. 뭐 잘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어떤 소리를 넣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안 잡히는 것들도 있어서 쉽지 않다. 어차피 추석에는 다른 것들을 못 하니, 그때 계속 하다 보면 어떻게든 완성을 할 것 같다.
Simone의 flowlocal을 조금 변형해서 노트북에 연결하고, 패턴플로우에서 나가는 값들을 MIDI로 받아 에이블톤으로 보내고 있다. flowlocal은 아직 공개된 작업은 아니기에 간단히 소개하자면, 패턴플로우를 완전한 스탠드얼론, AP로 만들기 위한 장치라고 이해하고 있다. 물론 더 정확한 설명은 이후에 Simone이 공개할 레포에서 확인 가능하며, 빌드 가이드가 잘 만들어져 있어서 패턴플로우처럼 쉽게 만들 수 있다.

낯선 용어들이 많이 들어가서 뭔 소린지… 간단하게 설명을 하자면, 패턴플로우의 노브를 돌리면 소리도 맞춰서 바뀌게 하려는 거다. 차근차근 신호가 이동하는 경로를 따라 밟아보자. 관객이 노브를 돌렸다! 패턴플로우에 달린 ESP32(컴퓨터)에서 어떤 노브가 얼만큼 돌아갔는지 신호가 생성되었다. 와이파이로 함께 연결된 flowlocal이라는 장치의 ESP32(다른 컴퓨터)로 보내진다. 그다음 연결된 USB 선을 따라 노트북(또 다른 컴퓨터)으로 들어간다. 최종적으로 거기서 실행되는 Ableton Live라는 음악 프로그램에 도착한다. 그거에 맞춰서 소리가 변하는 거다! 꽤나 많은 이동이지만, 실제로는 0.1초도 걸리지 않는다.
의아한 부분이 있을 거다. 어차피 와이파이로 신호가 이동한다면 노트북으로 바로 보내주면 되는 거 아닌가? 된다. 그게 편하다. 그치만 전시 공간의 와이파이가 너무 약하다면? 갑자기 먹통이 되어버린다면? 문제가 생긴다. 이런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서 flowlocal에서 핫스팟을 켜, 패턴플로우만을 위한 안정적인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면 엉망진창인 내 작업실 겸 집에서 작품을 검증하고, 그대로 전시장에 옮겨 똑같이 재현 가능하다. 현장의 와이파이를 쓰기로 결정한다면… 그쪽의 와이파이가 잘 되리라 믿어야 하고, 그런 불확실성에 피곤해질 것이다. 그게 싫다.
나중에 알게 되겠지만, flowlocal의 제대로 된 활용 사례는 아닐 수 있다. 왜냐면 그건 1대 이상의 패턴플로우가 함께 연결된 상황을 전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가 이해하기론 그렇다. 틀릴 수도 있다~!
아무튼 그것도, 패턴플로우도 새로운 사용 사례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다. 패턴플로우에서 앞으로 나의 역할이 그런 거라 생각한다. 다양한 사용 사례를 만들어서 가능성을 보여주는 거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글을 작성하고 패턴을 인스타에 올리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프로젝트가 죽지 않고, 반짝하고 사라지지 않고, 꾸준히 관리되고 성장 가능하다는 믿음을 줘야 시간과 노력을 내서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길 거다.
조금은 아쉬운 부분도 있다. 정말 열정적으로 기여한 사람들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어디론가 가버린다. 물론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패턴플로우에 기여한다고 그들이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그저 열정 하나로 하는 거니까. 그 열정은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로 옮겨가니까. 그치만 막 되게 열심히 해주고 먼저 뭔가를 만들어서 주니까 나도 뭔가 보답하고 싶고, 그래서 패턴플로우를 보내주기도 했다. 그러면 더 열심히 해줄 거란 믿음도 있었다. 완전히 그 반대의 결과로 이어진다. 내가 뭔가를 주는 순간, 그게 돈이 아니더라도 물질적인 뭔가를 주는 순간, 활동이 확 줄어든다.
그 이유가 정말로 무언가를 주었기 때문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각자 삶이 바빠지고 패턴플로우보다 더 집중해야 할 거리가 생기는 건 당연하니까.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해야 그들이 더 열심히, 오래 기여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모르겠다. 정작 가장 오랫동안 깊이 있게 기여해준 Simone에겐 뭘 주지 않았는데, 어쩌면 그 덕분일지도 모른다. 물론 크레딧은 확실하게 줬지만! 따로 뭘 주지 않은 이유는… 이미 나보다 경험도 장비도 훨씬 많은 메이커라 줄 수 있는 게 딱히 없었다.
커뮤니티 자체에서도 금방 활동을 멈추는 분들이 꽤 많다. 아쉽지만 당연한 건, 나도 마찬가지라는 거다. 패턴플로우를 제외한 다른 수십 개의 디스코드 방은 열어보기조차 하지 않는다. 그래서 언젠가는 Discourse로 별도의 포럼을 만들어 커뮤니티를 옮길 거다. 다만 그 시기가 정확히 언제일지는 모르겠다. 성급하게 했다가는 아예 죽은 커뮤니티가 되어버릴까 걱정되어 옮기지 않고 있다. 아마 펀딩 물량이 배송되어 실제로 사용하는 인원이 늘어나면 하게 되려나? 근데 그게 막 유의미하게 많지는 않은데… 흠. 먼저 해본 사람한테 물어나 봐야겠다.
길지 않은 기간일지라도, 잠깐의 열정에서 비롯된 결과들은 정말 최고다. 어쩌면 패턴플로우를 초기에 만들 때의 나도 그랬고, 3D 모델링을 개선하고 새로 만들어주는 분들을 보면 되게 빠르게 잘 만든다. 나보다 모델링 경험이 많을 것도 같다. 사실 나는 지오메트리 노드만 주구장창 했으니… 아마 그럴 거다. 어쨌든 그런 열정의 산물들을 커뮤니티 모두가 공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어느 정도까지 해줘야 할지는 모르겠다. 결과물만 주면 내가 알아서 정리해서 문서화를 해줘야 하는지, 아니면 문서화까지 해서 제안하면 추가해줘야 하는지. 고민만 하다 이도 저도 아니게 될 수 있는데, 이미 그러고 있는 것 같고. 암튼 그렇다.
계속 언급해왔던 지원금 중 350만 원은 광고용이 아니라 프로젝트 소개 영상 제작에 쓰기로 결정했다. 건강한 결정은 아닌 게, 저번 주 목요일에 지원금 사용처를 멘토에게 허락받고 메일을 보냈다. 근데 토요일인가 일요일 오전까지 회신이 없어서, 안 하려는 건가 싶어서 다른 스튜디오를 알아본 거다. 요지는 간단하게 말하면 불안해서 그랬던 건데, 사실 그럴 이유가 없다. 광고를 진행한다 해도 어차피 보낼 패턴플로우가 있어야 가능한 거고, 그걸 위한 부품이 도착도 안 한 상태에서 결정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거지. 그냥 불확실한 그 상태를 견디기가 쉽지 않다.
어쨌든 그런 이유에서 새로운 영상 제작 스튜디오에 맡기기로 결정했고, 내일 자세한 미팅이 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멋진 프로젝트 영상으로 만들어서, 추후에 어디 공모전 낼 때도 쓰자. 이 정도 돈으로 영상 제작 맡기는 게 쉬운 건 아니니까. 마케팅 쪽에만 한정된 지원금이 아니었다면 당장 프린터나 샀을 거다. 사업자 있는 친한 사람한테 부탁해서 350 보내고 그걸로 프린터 살까도 생각했는데, 굳이 그런 리스크를 안기는 싫어서 안 하기로 했다. 어쨌든 맘 편한 게 최고니까.
창업지원 프로그램에서 붙여준 멘토는 원하던 느낌은 전혀 아니었다. 광고나 마케팅을 잘하시는 분을 붙여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생뚱맞으신 분이 멘토로 지정되셨고, 그 부분을 스스로도 알고 계시더라. 이런 멘토링은 처음이라고도 말씀하셨다. 사업 대행업체에서 왜 그분을 멘토로 지정했는지, 그리고 왜 그걸 거절하지 않고 승낙했는지 등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은 너무나 많지만, 이미 되었으니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시급했던 내 상황을 배려해서 일정을 급하게 맞춰준 부분은 되게 고맙다. 사무실도 엄청 가까우니 앞으로 남은 3번의 멘토링이 거리상 편하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고. 그치만 이렇게 매칭한 이유는 정말 궁금하네. 나중에 물어봐야지.
멘토링을 받았지만 패턴플로우로 어떻게 수익화를 할 것인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아무래도 예술가, 작가로서 사업을 진행하는 분이 아니라서 바라보는 입장이 전혀 다르더라. 내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하겠다는 식으로 시작했지만, 그가 지금껏 경험해온 사업가의 관점을 강요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런 식으로 자기 사업을 나름 성공적으로 장기간 해왔으니 그게 맞다는 믿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치만 동의하기는 싫다.
분명히 예술가로서 창업을 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절대적인 수는 적을지언정, 성공하는 비율로 따지면 사실 또이또이 아닐까? 어차피 잘 되고 말고는 타이밍과 운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으니. 그러면 그냥 나 하고 싶은 대로 할란다. 해서 증명하는 게 더 멋질 것 같다. 꼭 그게 정답이 아니고 이런 방법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건가. 어쩌면 그런 반골 기질일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게임할 때 항상 특이하고 싶었다. 남들이 안 쓰는 캐릭터, 스킬, 아이템, 전략으로 이기는 게 그렇게 좋더라. 다들 좋다는 것, 흔히 말하는 OP는 재미가 없다. 특이한 방식으로 이기고 인정받기를 좋아했다. 어떤 전략을 쓰는 사람 하면 무조건 내가 첫 번째로 나오게 하고자 했다. 그래서인지 항상 새로운 걸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패턴플로우도 그렇게 시작된 거고. 그런 걸 고민하는 과정이 되게 머리 아프고 짜증나긴 하지만, 기막힌 거 하나 떠오르면 그때 쾌감이 좋다. 만들어서 남들한테 보여줬을 때 반응이 좋으면 더 좋고.
중요한 건 만들어서 보여준다는 거다. 말뿐인 아이디어는 취급하지 않는다. 굉장한 아이디어 수백 개보다 별로여도 일단 만들어본 한 개가 훨씬 좋다. 사실 아이디어는 다 거기서 거기고, 만들다 보면 거기서 점점 발전하는 것 같다. 뭔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솔직히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말보다 행동하는 사람이 좋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한다. 지금 패턴플로우에선 많이 부족하긴 하다.
그런 이유에서 근사한 작업실 하나 있으면 좋겠다. 갖가지 장비들이 다 있어서, 재밌는 아이디어 하나 나오면 자체적으로 만들어 볼 수 있는 작업실. 아마 여유 자금이 생기면 그것부터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내 작업 말고도, 다른 사람들 상품 개발도 재밌을 것 같다. 훈수만큼 재밌는 게 또 어딨겠나.
얘기가 좀 많이 샜다. 오늘 너무 덥더라. 이번 주가 추석인데 날씨는 여름인 게 말이 되나? 자전거 타고 오랜만에 공원에 갔다. 작은 동산 올라서 사 먹는 아이스크림은 역시 꿀맛이더라. 풀이 많이 자랐더라. 꿩도 두 마리 봤다. 사진 찍고 싶었는데 경계심이 너무 많아 근처만 가도 날아가서 못 찍었다. 가려고 할 때는 할 거 많은데 그냥 집 가서 작업해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에 불안해도, 막상 가면 그런 걱정이 싹 사라진다. 이미 멀리 와버렸다는 걸 알아서인가, 아예 포기하니까 좀 마음이 편안하긴 하더라. 그치만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지! 블로그 쓰고, 이제 밀린 펀딩 글도 써야 한다. 귀찮음!
